국제 기준에 맞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부에서부터 졸업 후 전공의 수련과정까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된 ‘2019 세계의학교육연합회 학술대회(2019 WFME)’에서는 국내 의학교육 수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확립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WFME는 세계의사회와 세계보건기구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50개국 800여명의 의대 학장, 교수 등 의학교육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홍식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최근 의료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국경을 넘은 의사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의학교육의 국제표준화’가 강조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 200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행사가 개최된 후 10여년간 각국의 의학교육 수준을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설립 90주년을 맞은 고려대 의과대학이 행사를 열게 됐다”고 개최 배경을 밝혔다.
이홍식 학장은 “의학교육이라고 하면 대학을 생각하기 쉬운데, 의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의사가 직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부 과정, 전공의 수련, 펠로우까지 약 14년의 교육을 마쳐야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고, 의사가 된 다음에도 지식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양질의 진료를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학교육은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이에 학술대회에서는 의학교육이 학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의사 양성을 어떻게 사회가 지원하고 협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학장은 의사를 ‘개인의 직업’이라는 시각에서 탈피해 공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의 발전이 곧 국민건강증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과대학에 한해서만 인증평가가 시행돼 졸업 후 전공의 교육에 대한 인증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협의회장은 “의료가 가진 공공성 때문에 미국과 호주는 국가가 전공의 수련과정을 관리하고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개인병원에 그 과정을 모두 넘기고 있다”며 “이에 병원협회 등에서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인증을 실시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의료계, 정부, 국민 모두에게 전공의를 왜 기르는지 질문해야 한다”며 “의학의 발전은 곧 국민 건강 발전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책임질 의사로 성장하고 그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의사 또한 직업이 가지는 공공성을 마음에 두고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의료계가 희생하는 만큼 정부는 그런 의사들을 잘 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