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52) 경남도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작심 비판했다. 반면 특검은 “김지사의 방문 이후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11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 시작된 공판은 오후7시쯤 끝났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항소이유를 PPT로 발표하면서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 증거인 드루킹의 진술에 부적절한 목적성이 있는데도, 1심 재판부가 그 진술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드루킹의 노트에 ‘어떻게든 김 지사를 피고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고 지적하며 “(드루킹이) 진실을 얘기하는지 신중하고 엄격한 판단이 필요한데도, 1심은 너무 쉽게 드루킹의 진술을 믿었다”고 날을 세웠다. 또 “김 지사는 드루킹 등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단이지, 공모할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모 여부에 결정적 요인이 된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시에서의 ‘킹크랩 시연회’에 대해서도 깊이 파고들었다. 당시 김 지사의 방문 시간과 로그 기록 등을 근거로 킹크랩을 시연할 시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추천했다는 혐의도 부인하며 “전달만 했지 추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2016년 11월9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 둘리 우모씨가 킹크랩을 개발하며 테스트한 날에 불과하다”며 “저희는 어쨌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 사건은 물적 증거를 토대로 진술이 있는 것이어서 물적 증거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은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현재의 킹크랩이 개발된 상태와 앞으로의 상황을 보고했고, 그런 취지에 따라 본격 개발됐다”면서 “온라인 정보보고 내용을 보면 김 지사에 보고하기 위해 전송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김 지사는 홍보목적으로 기사 URL을 보냈다고 하지만, ‘원래 댓글이 이러냐’는 등 통상 지지자와의 대화로 보이지 않는다. 댓글 작업을 지시하고 범행에 공모했다고 보인다”고도 했다.
센다이 총영사직 추천에 대해서는 “김 지사가 사실상 추천할 권한이 있고 임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추천한 것”이라며 “당연히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을 지켜본 뒤 김 지사의 보석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으나, 이날은 보석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보석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는 결정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2월1일까지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3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