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초대형 조경사업'에 환경단체 반발하는 까닭…"소통 안돼"

울산시 '초대형 조경사업'에 환경단체 반발하는 까닭…"소통 안돼"

기사승인 2019-04-14 15:34:35

산업수도로 일컬어지는 울산에서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단순한 녹지 공간 확대 차원이라기보다 도시 생태계를 바꾸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서 60~70년대 산림녹화사업을 연상시킬 정도다. 

울산태화강공원에 있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늘리는 사업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1000만 그루를 심는 대역사(大役事)다. 비용만 최소 2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역 생태적 여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과정 없이 울산시청 주도로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숫자 채우기' '실적 보여주기'라는 비판 속에 시민들의 호응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역 환경단체부터 지역 생태적 여건을 고려치 않은 밀어붙이기식 '탁상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사업 추진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의 백리대숲 조성과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은 송철호 시장의 7개 주요 사업 공약 가운데 하나인 '머무르고 싶은 문화관광 울산'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백리대숲 프로젝트는 태화강대공원에 있는 십리대숲을 태화강 하류에서부터 울주군 석남사까지 40㎞(100리)로 10배 확장하겠다는 조경사업이다. 2020년말이 완공 목표 시점이다.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체가 6대 4 비율로 나눠 진행한다. 전체 예산 2000억 원 중 1200억원을 국비와 지방비로 조달하고, 나머지 800억원은 민간단체와 기업체의 협조를 받겠다는 게 울산시의 구상이다.

울산시는 지난 3월21일 울산상공회의소·기업 등 11곳과 나무심기 참여 협약식을 연 뒤 29일에는 '큰 숲 시민토론회'를 여는 등 분위기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녹화사업의 목표는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열섬현상을 완화해 지역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울산은 지난 50여년 간 대규모 산업공단 조성과 급격한 도시화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배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공단 배출 이산화황 때문에 울산의 미세먼지 독성이 서울의 8배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의질 개선 사업에 목표를 둔 이같은 울산발 매머드 그린 프로젝트가 환경단체로부터도 시발점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등 이상 신호음을 낳고 있다.

지난 3월4일 태화강 하류에 있는 명촌교 아래에서는 송철호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 참여자 모집 홍보행사' 열렸다. 이날 행사는 백리대숲 조성 시작점 기념 제막식을 겸한 자리여서 사실상 사업추진을 공식화하는 행사로 비춰졌다. 이런 자리에 지역 대표적 환경단체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물론 시정 자문 역할을 하는 '울산시 미래비전위원회'의 녹색안전분과 위원장마저 초청되지 않았다.

송철호 시장 공약 사업…미세먼지 저감 정책 일환
환경단체 "생태계 되레 훼손…'전시행정' 일방통행"


행사 당일에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울산환경련은 당시 논평을 통해 "태화강 생태환경을 훼손시키는 인공적인 시설물 설치나 변형을 최소화해야 하는 데도 이곳(명촌교 인근)에서 백리대숲 시작점 제막행사를 한 것은 협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대목은 태화강을 따라 대숲이 조성되면서 명촌교 아래 억새군락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수종들이 자생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에 대숲으로 뒤덮는 게 온당하냐는 생태계 차원의 근본적 의구심도 포함돼 있다.

1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관련해서도 미세먼지 저감 프로젝트라는 목표와 동떨어져 있는 추진내용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1000만 그루의 식재 장소는 미세먼지 저감숲 140만 그루, 공원시설·완충녹지 조성 94만 그루, 백리대숲과 둔치 녹색쉼터 조성 35만 그루, 도로개설·산업단지·택지 조성 160만 그루 등으로 구분돼 있다.

미세먼지 저감숲은 차치하고라도, 공원·완충녹지에 조성되는 나무가 전체 사업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산업단지같은 미세먼지 발생 중점지역은 정작 제외돼 있다. 또한 민간 의존도가 전체의 40%인 400만 그루에 달해, "나무 심을 곳이 마땅찮다"는 볼멘소리가 관변단체나 기업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 생태자원과 담당자는 환경단체의 반발과 관련, “백리대숲 시작점 제막행사의 경우 단지 100리 대숲 조성을 위한 시민, 사회단체, 기업들에 대한 홍보행사이지 착공식이 아니었다"며 "일방적인 공사 진행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1000만 그루의 부지와 관련해서는 "2020년 7월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다 보니 부지 확보 등 문제로 공원·완충녹지 비율을 높일 수 없었다"며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더 이상 삶의 질이 악화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15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리대숲 조성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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