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ADHD가 범죄로...사춘기 비행, ‘병’일수도

방치된 ADHD가 범죄로...사춘기 비행, ‘병’일수도

재소 청소년 ADHD 유병률 7배, 여학생은 41%가 ADHD ...의료계 "사춘기 관심 필요해"

기사승인 2019-04-16 04:00:00

#잦은 결석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소년 ADHD 환자 A(17세·남)씨는 얼마 전 절도행위가 적발돼 법적인 문제에 휘말렸다. ADHD 진단을 받은 초등학교 시절 약물치료를 받고 학습태도 등이 호전된 경험이 있는 A씨는 지속적인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호전 이후 치료를 중단했다. 문제는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였다. 친구들과 사소한 일에도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충동적인 행동이 심해졌지만 단순 사춘기 문제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A환자의 주치의는 '방치한 ADHD가 충동성의 원인'이라며 약물치료를 권고했다.

치료받지 못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청소년이 일반 청소년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품행장애와 비행행동이 ‘질병’때문일 가능성이 있고,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15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공개한 ‘소년원 재소 청소년의 ADHD 유병률’ 연구를 보면,  평균 16세 이상의 소년원 재소 청소년(남학생 54명 및 여학생 46명, 총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진단(MIDI-KID 진단)을 실시한 결과, 대상자의 약 28%가 ADHD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4%로 추정되는 국내 청소년의 ADHD 유병률에 비해 재소 청소년의 유병률이 7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재소 여학생의 경우 10명 중 4명(41.3%)이 ADHD를 앓고 있는데, 이는 재소 남학생(16.7%) 대비 약 2.5배가량 높았다.

방치된 ADHD가 범죄라는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여학생의 경우 범죄 등 극적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ADHD의 증상은 이처럼 범죄, 폭력 등 타인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형태로도 발생한다. 바로 자살 문제다.

학회가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로 진단된 청소년이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지는 비율(6.6%)은 정상 청소년(1.1%) 대비 무려 6배나 높았다.

뿐만 아니라 ADHD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거나(24.4%),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6.8%) 또한 일반 청소년(14.2%, 2.5%)에 비해 각각 약 2배,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DHD가 청소년 자살 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실제 국내 청소년 10명 중 1.8명을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며, 자살 생각하는 비율은 여학생(22.06%)이 남학생(10.11%)에 비해 2배가랑 많다.

그러나 심각성에 비해 청소년 ADHD 치료율은 7.6%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청소년 ADHD의 방치가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청소년 ADHD에는 가정과 사회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자퇴한 청소년 A의 사례와 같이 어른들이 ADHD의 증상을 '중2병'과 같은 사춘기의 일시적 행동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의료계는 청소년기에 과잉행동과 우울 등 '사춘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10명 중 1명꼴로 매우 적다고 지적한다. 또 1명에 해당하는 아이는 다른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정이나 학교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인제대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청소년기는 소아와 성인의 과도기이자 심리적으로 예민한 시기로 ADHD 증상으로 인해 친구나 주변 관계,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면 상황이 악화되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기에 주로 보여지는 ADHD양상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항이나 사춘기로 여겨 방치할 시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회 범죄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부적응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가정과 학교의 관심을 촉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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