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병상마다 개별 배치된 커튼 다수에서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인증 지침에서 ‘커튼’은 기준이 모호해 세척 및 교체 관리가 의료기관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등 주요 외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 주립의과대학 내과 연구팀은 625개의 전문 병동에 설치된 약 1500개의 커튼을 조사한 결과, 5개 중 1개에서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발견했다.
MRSA는 약 50년 전부터 사용돼 왔던 페니실린 등의 항생 물질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보통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데, 수술 후 외상을 통해 감염되거나 폐렴을 일으키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만지는 커튼 가장자리에서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혈액 및 요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한 크리스틴 깁슨(Kristen Gibson) 교수는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커튼에 다제내성균이 발견됐다”며 “프라이버시 커튼의 병원균은 다른 표면과 환자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 커튼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상 커튼에서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진행된 한 조사에서는 프라이버시 커튼의 90%가 MRSA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9000여명의 슈퍼박테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약 3900여명이 조기에 사망한다. 이들에 대한 의료비, 간병비, 조기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감안하면, 최소 3313억원에서 최대 752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내성이 생기지 않은 균에 감염될 때 보다(감수성균 대조군 대비) 267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질병부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질병은 MD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폐렴으로 1360억원의 비용이 추정되며, MRSA 균열증은 1128억원, MD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균열증은 1026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집계됐다.
병상 프라이버시 커튼을 통한 항생제 내성균 감염 위험이 확인된 가운데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커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인천광역시에 있는 A상급종합병원의 커튼 세탁규정은 상반기, 하반기 각각 1회씩과 오염이 됐을 때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B대학병원에서는 3개월 주기로 세탁을 한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기본원칙은 3개월에 한 번씩 교체이나 입퇴원 시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교체를 하고, 냄새가 나거나, 얼룩이 지거나, 피가 묻거나 할 때도 세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C병원은 커튼을 통한 항생제내성균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리지침을 강화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감염관리지침서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는 1년에 2번 교체하도록 되어 있으나, 손이 닿는 부위는 환자 퇴원 후 소독제로 소독을 진행하고 피 등 눈에 띄는 오염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교체가 이뤄진다. 중환자실은 하루에 수십개도 간다”고 밝혔다.
또 “특히 일반 감염환자는 물론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이나 CRE·CPE(카바페넴분해효소생성장내세균속균종) 등 항생제 내성균 환자가 있는 입원실은 감염 위험이 있어 바로 교체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병원마다 관리방법이 다른 이유는 ‘의료기관세탁물’ 관리지침에서 커튼의 경우 정해진 교체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세탁물’이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자와 진료받는 환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세탁 과정을 거쳐 재사용할 수 있는 세탁물이다. 침구류에 이불, 담요, 시트, 베개, 베갯잇, 의류에 환자복, 신생아복, 수술복, 가운, 리넨류에 수술포, 기계포, 마스크, 모자, 수건, 기저귀, 기타에 커튼 등이 포함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는 “의료관련감염관리 기준을 보면, 환자치료 영역의 청소 및 소독에 대한 감염관리 지침이 있다. 커튼과 관련해서는 정기적으로 세탁하되 눈에 보이는 더러움이나 오염이 있을 때 소독 등을 하도록 되어 있다”며 “커튼의 경우 시트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관세탁물이 아니고, 정해진 교체기간이 없어 병원 내 규정에 따라 관리하면 된다. 이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