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사 수 남한보다 많다…의료 질 수준은 ‘심각’

북한 의사 수 남한보다 많다…의료 질 수준은 ‘심각’

‘북한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와 전망’, 의료 자원과 기술 부족

기사승인 2019-04-23 00:00:13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 및 협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북한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설비, 의약품, 인프라 등이 매우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의료인력 수는 전 세계 평균보다도 많지만, 이들은 의료 상담 수준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이슈앤포커스 제361호 ‘북한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북한은 포괄적 대북제재 이후 보건의료 분야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물론, 수입‧수출이 대부분 봉쇄되면서 새로운 물자 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국영의료체제 방식인 북한 의료시스템 특성상 국가의 자원 동원 능력 한계는 실질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탈북 의료인들에 대한 질적 조사 결과, 북한은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등의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진료를 시행하고 있어 의료인력과 의료기관 수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상황이다. 북한 보건일군의 총수는 인구 1만명당 약 32.9명으로, 이는 남한보다도 약간 높고 전 세계 평균인 14.2명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보편적 의료서비스의 가장 일선 전달체계인 진료소 및 의사들은 의료기기를 갖추지 못해 의료 상담 수준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의료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전력의 안정적인 보급이 필요한데, 전력이 부족해 최소한의 의료장비 가동조차 어려운 상황이고 특히 의약품 보관에 있어서도 냉장장치를 가동하지 못해 백신 등 의약제의 품질 유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2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북한인구의 25%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고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북한에서 출산 시 출혈, 빈혈, 감염 등 모성사망률이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항생제나 기초의약품이 부족하고 장비와 시설 낙후로 수혈, 감염 예방, 합병증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 ‘의약품관리법’ 제32조의 “의약품 보관용기의 회수리용률을 높여야 한다”라는 규정에서 볼 수 있듯이 물자 부족으로 인해 포장용기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이로 인한 감염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의약품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양한 생필품들이 국가 배급 체계가 아닌 장마당(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의약품도 비공식 시장에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서 의약품은 국영약국, 개인약국, 시장, 상점이나 개인 약장사 등 다양한 경로로 구입할 수 있어 계층 간 의료이용 격차가 생기는 것은 물론 복약지도 없이 임의로 구입하기 때문에 주로 증상 개선 효과가 빠른 약들이 선호되고,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정통편의 경우 북한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져서 일상적으로 과다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한에서는 마약성분이 있어 금지 약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한 탈북민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 주민의 경우 병원을 찾는 대신 시장에서 아편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치료법”이라며 “그러다 아편에 중독된 사람도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내 제약공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이러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북한에는 10여개의 중앙제약공장이 있는데, 대북제재로 의약품 원료를 구할 수 없어 3~4종의 항생제와 설파제 등 20여종의 합성의약품만 생산한다. 중국을 통한 수입도 막히면서 제약공장은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목적 대신 수익성이 높은 아편 등 마약류 혹은 비아그라와 같은 건강기능식품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대북제대 해제 없이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있고, 남북 관계의 흐름도 장기적인 평화 정착과 교류‧협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남북 보건의료 교류에서는 과거처럼 남한이 북한에 소수의 의료기관을 지어주거나 소수의 의료진을 교육하는 것보다는 그 이상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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