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을 찾았다. 1883년 ‘조영수호통상조약’ 체결 이래 116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틀 후인 4월 21일, 73회 생일을 맞아 하회마을 담연재에서 생일상을 받았다.
당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담겨 있는 곳’으로 안동을 선택해 하회마을과 봉정사를 방문하는 한편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 과정을 관람하기도 했다. 안동시는 여왕이 다녀간 길을 ‘퀸스 로드(Queen's road)’로 명명하고 관광마케팅에 활용키도 했다.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후에도 2005년 아버지 부시, 2009년 아들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도 하회마을을 방문한 바 있다. 이렇듯 세계정상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하회마을과 봉정사는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지로 부상했다.
2010년 하회마을이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 마을’로, 2018년 봉정사가 영주 부석사 등 7개의 사찰과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안동시는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여왕이 다녀간 하회마을과 봉정사,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일대에서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지난달 27일부터 계속된 ‘2019년 봄 여행 주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큰 볼거리다.
△선유줄불놀이 특별시연, 특별체험 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 열려
하회마을을 감싸 도는 낙동강과 만송정, 부용대를 배경으로 1년에 두 번 펼쳐지는 선유줄불놀이는 기념행사 기간 중 2번 시연된다. 오는 10일 저녁과 11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시연될 예정이다. 평소 가을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불꽃쇼를 봄철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행사 기간 내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도 펼쳐진다. 줄타기 등 남사당패 공연이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백파이프, 취타대, 국악, 버스킹 공연 등이 하회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전시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여왕 사진전, 전통혼례 시연, 민속놀이 체험 프로그램, 짚풀 공예 등이 마련된다. 농산물 판매장 등 특별 장터가 운영되는가 하면 행사 기간을 기념할 수 있는 각종 포토존 등도 설치된다.
여왕이 다녀간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경매 체험 및 시연 행사와 함께 우수 농·특산품이 전시되고 기념 식수장 옆에는 여왕 포토존이 설치된다.
봉정사에도 국화차 시음 및 다도 체험행사, 돌탑 쌓기와 함께 여왕 사진전이 열리고 포토존 등이 설치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 만들기 체험과 가훈 써주기 행사도 병행된다.
△5월 14일 앤드루 왕자 안동 방문, The Royal Way 표지석 제막
행사 기간 중인 오는 5월 14일 영국 여왕의 차남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방문한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방문한 지 20년 만에 그 아들이 대를 이어 안동을 방문하는 셈이다.
안동시는 이를 기념해 그동안 여왕이 다녀간 하회마을~농수산물도매시장~봉정사에 이르는 32km 구간의 길 ‘Queen's Road(퀸스 로드)’를 ‘The Royal Way(로열 웨이)’로 바꾸고 영국 왕실의 각별한 안동 사랑을 기념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에는 ‘The Royal Way’의 시발점 격인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서 앤드루 왕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기념 표지석 제막식이 열릴 계획이다.
정길태 안동시 관광진흥과장은 “로열 웨이를 여행함으로써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담고 있는 역사 마을 하회마을과 한국의 산지 승원 봉정사를 둘러볼 수 있음은 물론 안동과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완전한 여행 코스”라고 말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