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맨시티 주장 헌정곡” 노엘 갤러거 내한 공연서 벌어진 일

[쿡리뷰] “맨시티 주장 헌정곡” 노엘 갤러거 내한 공연서 벌어진 일

기사승인 2019-05-21 07:00:00

“맨시티의 주장, 비니(빈센트의 애칭)에게 ‘원더월’(Wonderwall)을 바치겠다.”

영국에서 온 50대 록스타는 진지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축구팀 맨체스터시티 주장 빈센트 콤파니를 언급하더니, 급기야 콤파니를 위해 자신의 메가 히트곡 ‘원더월’(Wonderwall)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가 노래하는 내내 콤파니의 사진이 전광판을 장식했다. 20일 서울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에서 벌어진 일이다.

노엘 갤러거는 맨시티의 지독한 팬이다. 최근 맨시티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에도 그는 축구장에 있었다. 그가 구단 관계자의 초대로 라커룸에 들어가자, 사방에서 ‘원더월’이 불렸다고 한다. 갤러거는 이날 공연에서 팀을 떠나는 콤파니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원더월’을 불렀다.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원더월’은 기실 음울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노래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선 유쾌한 러브송처럼 들렸다. ‘자신이 선망하는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통로 혹은 그 세계 자체’를 뜻하는 ‘원더월’의 개념은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처음 나왔다. 괴짜인 남자가 벽에 뚫린 구멍 너머로 한 여자를 지켜보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는 내용의 영화다. 남자에게 여자는 단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누군가였다. ‘원더월’은 둘을 잇는 ‘벽’을 가리킨다. 

지난해 8월 “3년 뒤쯤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던 노엘 갤러거가 약속보다 일찍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났다. 지난해와 같이 영국 국가에 맞춰 군인처럼 경례를 하는 것으로 첫 인사를 대신한 갤러거는 ‘포트 녹스’(Fort Knox)로 100여분간 이어질 광란을 시작했다. 가장 최신곡인 ‘블랙 스타 댄싱’(Black Star Dancing)부터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등 동생 리암 갤러거와 결성했던 밴드 오아시스의 히트곡까지 다양한 노래를 아울렀다.

공연장엔 단 한 순간의 정적도 허락되지 않았다. 노래가 연주되는 동안 열띠게 호응한 것은 물론, 노엘 갤러거가 기타를 바꿔 메는 동안에도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팬들의 환호에 갤러거는 오아시스 시절의 히트곡인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잠깐 연주하기도 했다. 예정에 없던 선곡이었다. “너희가 잘 하는 거 해봐”라는 갤러거의 말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떼창’을 시작했다. ‘데드 인 더 워터’(Dead in the Water)를 부를 땐 휴대전화로 불빛을 내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갤러거는 이미 익숙하다는 눈치였다. 오히려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 관객들이 더 신기해하며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심술 맞은 농담을 자주 하기로 유명한 노엘 갤러거이지만, 그의 노래는 평화와 사랑을 향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노래하던 ‘잇츠 어 뷰티풀 월드’(It's a Beautiful World)도 그렇고, ‘너의 운명이 너를 따뜻하게 해줄 거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스탑 크라잉 유어 하트 아웃’(Stop Crying Your Heart Out)도 그렇다. 그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입에서 함께 불릴 때 가슴이 더욱 벅차오르는 건 그래서다. 갤러거는 이번에도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갔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팬들은 약속한 날이 오기를 다시 한 번 손꼽아 기다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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