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중년 여성들은 가족 간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강상태는 기대수명이나 유병률과 같은 객관적 지표로 측정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의학적 진단 여부와 별개로 개인이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상태인 ‘주관적 건강’이 개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와 강서영 전문의(국제진료센터 임상전임강사) 연구팀이 평균나이 57세인 부부 469쌍(938명)의 의사소통 정도와 주관적 건강상태, 건강관련 요인, 과거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여성 본인의 가족 의사소통이 활발한 여성의 경우, 의사소통이 부족한 군에 비에 주관적 건강이 좋은 비율이 1.9배 높았다. 5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의 “내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때엔 가족 간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본인과 남편의 가족 의사소통 수준이 둘 다 높은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여성의 주관적 건강이 좋은 비율이 2.3배 높았다. 한편, 남성의 경우엔 가족 의사소통 수준과 주관적 건강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
주관적 건강상태는 본인의 건강을 ▲매우 좋다 ▲좋다 ▲보통이다 ▲나쁘다 ▲매우 나쁘다 등 5점 척도로 평가했다.
개인의 주관적 평가로 측정한 지표인 ‘주관적 건강’은 응답자의 정신건강과 사회경제적 상태를 반영하며, 사망률을 예측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만성질환 환자여도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하고 있다면 본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반면에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더라도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낮게 평가할 수 있다.
강서영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상전임강사는 “남성은 가족 의사소통에 여성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의사소통에 많은 영향을 받는 중년 여성이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얘기할 때엔 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남성과 여성에게서 각각 다르다는 점도 함께 분석했다.
남성의 경우 음주와 흡연습관이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적절한 음주자가 비음주자보다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5배 높았고, 비흡연자는 흡연자 보다 2.3배 높았다. 여성의 경우 운동, 당뇨병, 우울증이 주관적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왕성한 운동을 하는 경우 주관적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1.9배 높았다. 반면, 당뇨병과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주관적 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 외에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건강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남녀 모두 높았으나, 연령이나 경제력과는 관련이 없었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 간에 긍정적 의사소통이 활발한 경우 서로의 요구사항을 알아채고 문제를 풀어나가게끔 도와주는데 반해, 가족 혹은 부부간 의사소통이 부정적인 경우에는 알코올사용장애, 우울증 등 정신사회적 질환을 야기하게 된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가족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슨이 개발한 가족의사소통척도 10개 문항을 이용해 평가한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 학술연구 용역사업 일차의료 가족 코호트연구의 일환으로 시행됐으며, 플로스원 최근호에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