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병원은 기존 원무과 접수창구에서 이뤄졌던 진료예약을 각 진료과와 검사 창구에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접수 대기시간이 길다는 환자들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B병원은 각 병동과 중환자실에 '환자경험 현장매니저'를 뒀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빠르게 파악해서 대처하고, 관련 교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된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차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해당 평가는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환자경험평가는 입원 환자에게 무작위로 연결해 의료이용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전문평가요원이 아닌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가 직접 병원을 평가하는 점이 기존 평가인증과 다른 점이다.
지난 2017년 도입된 1차 환자경험평가 결과에서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이 아닌 중앙대병원과 인하대병원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환자가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사례다.
2차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환자 대상 소통창구를 개방하고, 환자 편의에 맞춰 내부 동선이나 진료 프로세스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친절’, ‘미소’, ‘경청’ 등 가치를 내걸고 내부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각 병원 담당자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서보영 중앙대병원 적정관리실팀장은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며 “특별한 점이 있다면 환자를 대하는 접점부서들의 친절도가 높은 문화가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송상아 중앙대병원 간호사는 “환자가 웬만해서는 궁금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설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부연했다.
김미란 인하대병원 서비스혁신팀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자체험활동을 진행했다. 간단한 채혈부터 검사과정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신체억제대 체험 등 직원들이 직접 환자 경험을 한 뒤 개선방안을 찾았다”며 “평가도 중요하지만 환자중심의 문화를 만드는 일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차 평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기존 500병상 이상)으로 대상기관이 확대됐다. 1일 이상 입원한 성인 환자 약 25만 명이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병원을 평가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환자가 입원기간 중 겪은 경험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주었는지, ▲퇴원 후 치료계획 및 입원 중 회진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치료 결정과정에 참여기회가 있었는지 등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의료기관 대상 평가의 종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0년차 대학병원 간호사 C씨는 “각종 평가가 시작되면 바쁘게 환자를 보는 와중에 또 다른 업무가 추가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환자들에게 자세히 안내하거나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들은 사실 인력만 추가되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