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후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심재남)은 권 씨 유족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병원 A 원장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4억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취업준비생이던권 씨는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턱 성형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뇌사에 빠졌고, 한 달여 뒤 숨졌다. 유족은 해당 성형외과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의료진의 대리수술, 주의의무 위반 등을 확인하고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권 씨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대량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 권 씨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권 씨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권 씨의 내원 경위, 수술의 목적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모든 손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 책임의 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이같은 판결에 권 씨 유족은 아쉬움을 표했다.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의무기록 감정에서 95% 병원 과실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병원 과실이 100% 인정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며 "수술실CCTV영상을 보면 의사가 출혈이 심한 환자의 동공을 확인하고도 수혈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필적 고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 씨 사건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일명 '권대희법') 발의를 촉발했다.
권 씨 유족과 환자단체 등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해왔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을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