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이 임직원에 대한 임금 체불액 4억여원을 여전히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길병원은 이달 31일까지 임직원들에 체불임금 약 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 측이 지급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도록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체불 내역 및 금액, 그리고 지급 대상자 등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중부고용청은 지난 3~4월 관할 병원을 상시 감독한 결과 길병원이 지난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휴수당과 시간외교육수당 등 임금 4억원가량을 체불한 것을 파악하고, 이달 31일까지 모두 지급하도록 1차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당시 병원 측이 4억원 가운데 1억5000만원가량을 이미 지급해 이의신청한다고 밝히면서 시정조치에 대한 공문 게시를 지금껏 미뤄온 것. 임직원들은 체불임금 지급기한이 다 되어가도록 정확한 체불 규모와 대상자 등을 모른채 병원의 '깜깜이 조치'만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수진 보건의료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 지부장은 "병원은 현재까지도 체불임금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월 30일 고용노동부 중부지청 근로감독관이 노조에 구두로 지적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을 수기로 받아적은 것이 직원들이 아는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지부장은 "체불임금 지급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얼마를 받는 것인지, 합당한 금액인지,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직원들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중부고용청은 오는 31일까지 1차 체불액 지급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또 조만간 길병원 측에 2차 체불임금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1차 시정조치와 별도인 추가 체불액이다.
중부고용청 관계자는 "시정조치 기간 내에 체불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 현재 길병원의 2차 체불임금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며 늦어도 6월 초까지 추가 시정지시를 내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측은 예정된 31일까지 1차 체불임금 지급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약속된 31일날 체불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금액은 고용청과 논의 과정 중에 있다. 금액이 정리가 되면 한 달 내로 지급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