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찬반 격돌...의사-환자 견해차 팽팽

‘수술실 CCTV’찬반 격돌...의사-환자 견해차 팽팽

의료계 '부작용' 우려... 환자 "불안 알아달라"

기사승인 2019-05-31 00:12:00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놓고 의료계와 환자가 맞붙었다. 깊은 불신의 벽만 드러났을 뿐 양측의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30일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를 주제로 경기도가 주최한 국회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이 격론을 벌였다. 토론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 CCTV가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길이 될 수 있다"며 ”법안이 조속히 국회 통과해 환자들이 불안해 하지않고, 의사도 국민의 신뢰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수술실 CCTV 의무화에 힘을 실었다.  

경기도의료원은 수술실 CCTV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 안성병원은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 시범운영을 실시한 바 있다. 이달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병원으로 확대했다. 경기도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술실 CCTV 촬영 평균 동의율은 66%로 나타났다. 총 1192건의 수술 중 촬영에 동의한 건수는 총 791건이었으며, 정형외과 분야 동의가 74%(696/519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는 각각 47%(149/70건), 50%(14/7건)으로 동의율이 낮았다. 경기도의료원에서 촬영한 CCTV에 대한 환자의 반출요구는 없었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논란에는 대리수술 등 환자들의 불신을 키운 의사들의 책임도 있다. 환자의 불신을 해소할 방어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도 아주 나쁜 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공립병원은 우선 설치해 운영하고, 인권침해가 있을 가능성은 법과 제도개선을 통해 예방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종합병원 이상에서는 최소한 CCTV를 설치하고 환자가 동의한다면 촬영해 불신을 막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반대 입장이다. ▲환자 인권 침해 ▲수술의 질 저하 ▲의료진의 인권문제  ▲의사-환자의 상호 신뢰 저하 ▲외과계 기피현상 초래 등이 주요 반대 이유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며 수술실 감시가 의사와 환자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감시용 CCTV를 의무화하는 것은 진료위축과 방어수술을 조장할 수 있다. 또 민감한 인체 부위가 포함된 정보 유출의 문제도 있다”며 “전체 수술 가운데 의료과오가 나타날 확률은 0.66%밖에 안 된다. 적은 확률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신뢰훼손을 감수할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도 의료현장의 혼란을 우려했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은 상당히 불안하다. 이 환자들에게 가서 CCTV 촬영을 할 테니 동의해달라고 하면 어떤 환자가 안심하실지 의심된다. 오히려 단 1분이라도 환자에게 가서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어떤 환자에게는 촬영 동의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불안과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의학대학에는 우리나라 1% 수재들이 지원한다. 이 수재들이 외과에 안 가는 이유는 분쟁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명감으로 외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의사들의 사명감을 좀먹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의료가 사회주의 감시체제로 들어가면 베네수엘라처럼 결국 망가진다. 수술실 CCTV는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외과계 학회 등은 수술실 CCTV 반대 성명을 밝히기도 했다. 

환자단체는 적극 찬성한다. 환자들은 구체적인 수술실 CCTV의 활용방안을 논하자며 맞섰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수술실 CCTV는 입증보다는 예방의 목적이 강하다. 수술부위를 적나라하게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실 벽면에 비스듬히 촬영하는 것이고, 의도적인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과 성범죄 등 1%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며 “오히려 의료현장의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의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CCTV 때문에 의사들이 수술에 집중이 안 된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 명의와 같은 의학프로그램에서 의사들은 카메라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수술을 잘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찬반이 아니라 수술실 CCTV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환자들은 CCTV의 화질이나 각도를 조정하거나 수술실 바깥에 설치하는 내용까지도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요즘 사람들에게 CCTV는 감시의 수단보다는 보호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수술실 CCTV를 어떻게 설치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진료 감시나 외과 수술의 어려움, 개인정보유출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 해야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수술실 영상과 관련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다는 입장도 있었다. 장성환 법무법인지우 변호사는 “수술실 CCTV는 설치의 필요성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이 충돌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수술실 촬영으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높은데 동의에 따라 CCTV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만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한 법안에 의료인의 CCTV촬영 동의 여부에 따르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영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대표는  “설치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CCTV를 임의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행위 및 이미 지정된 저장장치 또는 기기에 영상정보를 저장하는 행위 등은 절대적으로 금지토록하고, 보관기관을 설정하며, 영상정보의 열람은 의료분쟁 조정 등의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정보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의료사고 피해환자 가족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성형수술을 받다 의료과실로 사망한 故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의사 선생님들께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흐리면 그 미꾸라지 감싸지 말고 버려주시길 부탁드린다. 나쁜 의사들을 처벌하고 면허 취소하는 방안을 만들었다면 환자들은 수술실 CCTV를 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의 죽음도 CCTV가 없었다면 잡아내지 못했다,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합리적일지 의논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은 “하물며 법정도 녹음을 신청할 수 있다. 수술실 CCTV를 설치해달라는 환자들의 요구는 합당한 것”이라며 “또 법안에 의사에게 촬영 동의를 묻는 조항은 없어야 한다. 환자입장에서 의사가 동의를 하느냐 안하느냐 자체가 부담이 된다. 환자와 의사의 계약 관계상 의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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