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시장에도 개인주의 바람…차트보다 ‘취향’

음원시장에도 개인주의 바람…차트보다 ‘취향’

개인별 음악 추천 관심 증가…사용자 음원 소비 패턴 다양화 전망

기사승인 2019-06-04 03:00:00

“음원사이트 첫 페이지에 실시간차트가 아니라, '마이 페이지'가 떴으면 좋겠다. 디스트리뷰터(배급업자)의 횡포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내 취향의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얘기다.”

가수 윤종신은 최근 ‘월간 윤종신’ 제작간담회에서 취향이 없어 인기차트만 듣는 사람들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NS에선 사재기 논란이나 차트인 강박을 없애기 위해선 음원사이트가 개인 취향을 반영한 맞춤 서비스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음원사이트는 취향 데이터를 제공한 이용자들의 청취에 도움 될 알고리즘을 갖춰가고 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나심비' 트렌드에 맞춰 사용자들의 취향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주체성이 커지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노래를 듣는다는 집단주의 현상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바람이 산업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멜론·플로·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들은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며 사용자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가운데, 음악적 취향과 경험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음원 시장에서는 멜론(카카오)이 45%, 지니뮤직(KT)이 22%, 플로(SK텔레콤)가 1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취향 중심 음악플랫폼’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지난해 출시된 플로의 성장세가 무섭다.

플로는 실시간 차트 중심의 기존 음악 플랫폼들과 달리 철저히 이용자의 ‘취향’에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들의 음악 감상 리스트와 ‘좋아요’ 이력 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음악을 추천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플로 관계자는 “국내에선 음악을 차트 중심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굳어져있는데 그걸 깨부수고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 음악을 듣는 흐름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개인 맞춤형으로 좀 더 집중해 메인화면에서도 사용자별로 똑같은 화면을 보는 게 아니라 4개 테마로, 각각 다른 추천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의 음악 앱 월간순이용자(MAU) 집계 자료에 따르면 플로의 회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157만명이다. 뮤직메이트 당시였던 지난해 2월 60만명에서 1년 만에 2.5배 증가하며 멜론, 지니뮤직에 이어 3위를 지키고 있다.


NHN벅스도 지난 3월 5년만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주요 내용은 개인화 추천 서비스 '뮤직4U'를 고도화였다. 이는 회원별 음악 감상 기록을 정밀하게 분석해 벅스가 보유한 4000만곡 중 최적화 된 음악을 선곡해 주는 서비스다. 여기에 개개인의 청취 유형, 주 청취 시간, 선호 장르 및 아티스트 정보와 같은 분석 데이터를 상시 제공한다. 이용자는 지금 듣고 있는 곡이 마음에 들면 플레이어 내에서 유사곡을 바로 추천 받을 수도 있다.

NHN벅스 관계자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2014년부터 진행해왔다"며 "삼성전자 등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과 연구 개발을 통해 AI 기반 음악 서비스 및 개인화 추천 기능도 고도화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던 멜론도 지난 4월 ‘취향 중심’ 모바일 업데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업데이트된 멜론 앱은 멜론 차트를 ‘실시간차트’, ‘장르 핫트랙’, ‘시대별 차트’, ‘멜론DJ 인기곡’, ‘검색 인기곡’ 등 주제별로 다각화해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저들보다 국내 유저들이 차트중심으로 듣는 경향이 많은 편은 맞다”며 “다만 개인별 추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런 서비스도 다양해지면서 사용자들의 음원 소비 패턴도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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