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나가는 K팝, ‘이것’만은 조심해야…

세계로 나가는 K팝, ‘이것’만은 조심해야…

세계로 나가는 K팝, ‘이것’만은 조심해야…

기사승인 2019-06-07 07:00:00

지난달 23일 첫 방송한 Mnet ‘유학소녀’는 다양한 국적의 소녀들이 한국에서 K팝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미국 뉴저지 한인 노래자랑 1등 부상으로 한국에 오게 된 마리아, 노르웨이에서 K팝 커버 댄스팀을 만들고 60명이 넘는 단원들을 이끄는 올린, Mnet ‘프로듀스48’ 출신 치바 에리이 등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저마다의 사연도 독특하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이연규 PD는 “모집 단계부터 여러 국가의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K팝의 글로벌한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 ‘한국인 없는 K팝 그룹’, 언젠가는…

K팝 시장에서 ‘외국인 멤버’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룹 갓세븐, 트와이스, 블랙핑크, NCT 등 일명 ‘다국적 그룹’도 많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지난해 일본의 아키모토 야스시와 손잡고 그룹 아이즈원을 배출해냈다. ‘한일 합작’ 아이돌인 셈이다. 2017년 데뷔한 그룹 이엑스피 에디션(EXP EDITION), 올해 2월 가요계에 발을 디딘 지걸즈(Z-Girls)와 지보이즈(Z-boys)처럼 모든 멤버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른바 ‘한국인 없는 K팝 그룹’도 나온다.

한 가요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K팝 가수를 꿈꾸는 외국인 지망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이미 수 년째 글로벌 오디션을 열고 있다. ‘다국적 그룹’은 남들보다 앞선 출발점에서 해외 활동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외 팬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데다가, 중국의 한한령이나 일본의 혐한 움직임 등 외교 문제에 기인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일부 기획사들은 외국인 지망생을 국내에 캐스팅해오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 ‘현지 아이돌’을 제작하고 있다. 해외의 인재와 K팝 육성·제작 시스템을 결합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그룹 웨이션브이(WayV, 멤버 전원 중국·태국인),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소니뮤직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니지 프로젝트’(전원 일본인 걸그룹) 등이 그런 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원 외국인 아이돌’의 성공 여부는 가요계에서도 주된 관심사다. K팝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이제 ‘K팝’은 ‘한국 가수들이 부르는 팝’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팝 장르로 통하고 있다. 

◇ 예상외 암초…“제노포빅 조심해야”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있다. 제노포빅(xenophobic·외국인 혐오) 논란이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한 보이그룹은 최근 팬들로부터 ‘한국인 멤버들이 중국인 멤버들의 한국어 실력이 미숙하다며 무시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외국인 연습생이 대거 출연하는 Mnet ‘프로듀스X101’도 ‘제노포빅한 장면이 온라인에 그대로 공개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인 연습생이 외국인 연습생과 이동하던 중, 외국인 연습생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낸 장면이 문제가 됐다. 과거에는 멤버들끼리의 장난이나 친근감의 표현으로 받아졌을 모습에서, 외국인을 향한 차별적인 태도를 읽어내게 된 것이다.

해외 팬들은 제노포빅 이슈에 특히 민감하다. 이로 인해 인종 다양성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대중과 마찰이 벌어지는 일도 있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를 향한 인종 차별적 악플이 태국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동남아시아 국가 팬들을 중심으로 ‘#RespectLisa’(리사를 존중하라)라는 SNS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최근엔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을 둘러싼 한국 팬덤과 해외 팬덤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해외 팬들은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지나치게 하얗게 보정한다’며 날을 세우는 반면, 한국 팬들은 ‘동북아시아인은 실제로 피부가 흰 편이고, 흰 피부에 대한 선호는 전통적인 농경사회 때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갈등을 두고 가요 관계자는 “(K팝 산업이) 더 많은 해외 팬들과 더 자주 접촉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이 충돌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가수의) 언행과 콘텐츠 등에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요소가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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