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논란이 무역전쟁에 이어 미국과 중국 간 뇌관으로 비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회가 12일(현지시간) 오전 11시에 시작하려던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구체적 일정 발표 없이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같은날 배포한 동영상 성명을 통해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캐리 장관은 시위 참여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으로 홍콩을 사랑하는 행동이 아닌 보통 사람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이 중국 반체제인사와 인권운동가 중국 본토 송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시위는 무력충돌이 발생하며 격해지는 양상이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 최루 가스, 고무탄 등을 동원해 입법회를 둘러싼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열린 도심 시위로 7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의 연령은 15~66세까지 다양하며 시위대뿐 아니라 경찰,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홍콩 정부 법안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일국양제가 침해당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범죄인 인도 관련 법안이 홍콩 법치를 위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 홍콩 정세와 중국 내정 간섭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맞받아쳤다. 또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홍콩 대규모 시위에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 배후설’을 제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