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여년. 그동안 한국의료는 로봇수술 분야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왔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로봇수술 분야 술기 및 교육에 힘을 쏟는 움직임이 나온다. 앞으로 10년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지난달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KAROS, The Korean Association of Robotic Surgeons) 제 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길연 회장(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 외과의사들이 로봇수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습니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로봇수술 분야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이 다양한 분야 로봇수술 술기를 개척해온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빠르게 로봇수술기를 도입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현재 많은 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할 정도로 보편화 된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직장암, 위암, 갑상선암, 산부인과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 세계 의료진을 위한 표준화된 수술법을 발표하고, 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로봇수술 술기를 선보이는 등 지난 10여년 간 다양한 성과를 보여왔다.
로봇수술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가운데 최근 의료계의 관심사는 '성과'에서 '교육'으로 이동했다. 뛰어난 몇몇 의료진의 성과가 아닌 보편적으로 수술 잘하는 의사를 키우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말에 대구에서 열린 한국외과로봇수술 학술대회에서 다룬 내용 중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맨 처음 췌장암 로봇수술 한 의사의 경우 80회 수술을 한 후 학습곡선이 극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80번째 수술 이후부터 수술결과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 의사의 제자는 40회의 수술을 했을 때, 그리고 또 그 제자는 20회 수술을 했을 때 일정한 수준의 수술결과를 나타냈다. 제자에게 힘든 술기의 트레이닝에 집중하게 한 효과"라고 소개했다.
즉, 선배로부터 실패와 성공 경험을 전수받은 후배 의사는 더 빠른 시간 안에 일정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 의료계도 지난 10년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술기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교수는 "로봇수술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수술기 자체에 대한 교육을 거쳐야 하고, 그 다음에는 수술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수술에 필요한 테크닉 외에도 해부학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도 필요하다"며 "로봇 수술의 경우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이 잘 마련된 편이다. 드라이 랩, 동물 실험 등의 과정을 통해 장기를 꿰매는 것부터 스테이플러 같은 에너지 기구 사용법까지 기본 테크닉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같은 트레이닝을 학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회에서는 로봇수술 임상권한 권고안을 준비 중이다. 안전한 로봇수술을 위해 어느 정도 트레이닝을 거쳐야하는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 교수는 "어떤 의사가 로봇 수술을 할 만하다는 것에 대해 증명을 하면 좋겠다는 내용을 분과별로 정의를 해놓았다. 이와 같은 권고안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기초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이 후 실제 수술 비디오 자료를 제출해 심사를 받게 된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학회 내에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자격이수에 대한 권한이 학회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권고안 형식으로 제안될 예정이다. 새로이 로봇 수술을 시작하는 의사들이 권고안에 따라 역량을 높이고 훨씬 안전하게 로봇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다만, 연습이나 수술 횟수의 경우는 수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현재 연구회 내의 컨센서스를 모으고 있다. 지금은 큰틀 정도를 잡은 것이고, 향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봇수술은 지난 2005년 담낭절제술을 시작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절개부위가 작고, 복잡한 수술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