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방울의 오수도 강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 섬-
- 자연친화적 경영으로 동식물과 사람 모두가 건강한 섬-
- 문화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섬-
- 평생 퇴직 걱정 없이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섬-
- 오늘이 가장 좋고 내일은 새로운 섬-
“남이섬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아서 벌레가 많아요. 벌레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새들이 많이 날아옵니다. 새들이 벌레도 잡아먹고 열매도 먹고 여기저기에 싼 똥에서 씨앗이 발아되어 꽃들이 피어나 퍼지고 그렇게 자연이 선 순환되는 곳이에요” 지난 5일 오후 남이섬 전명준 대표와의 차 한 잔은 청정 생태섬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전 대표는 남이섬에서는 단 한 방울의 오수도 강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이라고 자랑한다.
“저희 섬에서는 일단 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합니다. 하지만 식당이나 숙박시설, 화장실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수는 오수처리장에서 1차 정화처리를 거칩니다. 이후 정화된 물은 논으로 보내져 2차 정화과정을 거쳐 섬 주위의 크고 작은 연못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증발시킨다.”고 무방류 과정을 설명했다. 남이섬은 농약 대신 질 좋은 퇴비로 수목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수만 그루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모아 구덩이에서 몇 년 발효시키면 양질의 자연퇴비가 탄생되는데 양이 넉넉해 섬 인근 농가에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문화예술 자연생태의 청정정원’이란 이름으로 재창업을 선언한 남이섬은 환경과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남이섬에는 환경운동연합의 환경교육센터와 YWCA 녹색가게 등이 오래전부터 함께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재활용운동과 환경순화적 개발사업 등 환경과 생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래되어 자연사 한 나무들도 버리지 않고 인공새집을 만들고 벤치와 울타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남이섬에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나무보다 높은 집도 짓지 않는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마음껏 평지 흙길을 걸으며 숲 내음에 취할 수 있는 장소 역시 남이섬만 한 곳이 없다. 흙먼지를 막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뿌려야하고 비가 오고 나면 질퍽거리거나 패인 땅을 메워야하는 등 번거롭고 사람의 손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휴일이면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와중에도 바로 머리 위 나무 가지에서 꾀꼬리가 둥지를 틀고 다람쥐, 청설모, 토끼, 거위 등이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욕심껏 자신들의 삶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사람이든 수목이든 동물이든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지켜주면서 ‘느림보 마을’을 유지하는 것이 남이섬의 기본 정신이다.
-전명준 대표와 남이섬이 하고 싶은 일-
1962년생인 전 대표는 13년 전인 2006년 44세의 나이로 남이섬에 입사했다. 그는 종합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한때 돈을 많이 벌었지만 실패도 경험했다. 그는 어느 날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대학시절 이후 모처럼 찾은 남이섬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다.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받아준 남이섬에서 쓰레기를 줍고 호텔의 말단 서비스 업무로 섬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도 남이섬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국적, 성별, 연령, 학력 등을 보지 않는다. 전 대표가 40세가 넘는 나이에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는 2015년에 대표직에까지 올랐다. 남이섬 채용공고에 지원 자격은 단 한줄 ‘정직하고 부지런한 분’이다. 직원 간에 직급도 없다. 관련 업무의 ‘팀장’ 정도만 존재한다. 본인이 원하면 기술직이나 서비스직에서 행정직으로 자유롭게 전환 근무가 가능하다. 전공에 상관없이 자신이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는 적극 지원한다.
또한 남이섬의 가장 큰 매력은 평생직장이다. 남이섬의 정년은 80세지만 이후에도 건강만 허락하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 도자기 공예 업무를 맡고 있는 86세의 석성계 옹은 아직도 매일 출근해 발물레를 돌리고 있다.
정년까지 일한 직원에게는 ‘종신명예직원’이라는 명예를 부여해 퇴직 이후에도 회사가 매월 80만원씩 연금을 지급한다. 회사 창립 54주년을 맞이한 남이섬은 지금까지 7명의 직원이 ‘종신명예직원’에 선정됐다.
지난 1998년부터 20여 년간 공예원에 근무하고 있는 석성계 씨는 “전통 방식으로 그릇을 빚어 가마에서 굽기까지 모든 과정은 남이섬의 철학인 손끝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마에서 구워 나온 도자기를 보고 감탄하는 관광객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면서 “정년 후에도 일자리를 마련해준 회사 측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연간 130개국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매년 300만 명이 방문하는 국민휴양지 남이섬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한국의 대표관광지로 자부심을 지키려는 ‘사회적 기업’이다.
얼마 전 춘천 시에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남이섬에 면세점 설치를 제안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긴 하지만 자연관광 명소인 남이섬에 명품 백을 사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직원 모두의 생각이어서 거절했다고 전 대표는 말했다.
전 대표는 “남이섬은 오래 전부터 광고나 홍보비용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여행사 수수료도 없다.”면서 “대신 그 비용으로 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 관광콘텐츠 개발, 문화예술지원, 자연 보존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멀리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오늘은 준비가 부족하니 다음에 오시면 정말 좋을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늘 오늘이 최고인 섬이고 내일 방문하면 더 좋은 섬이 되기 위해 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춘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