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힙합, 재즈, 발라드, 알엔비, 시티팝….
‘서울파크뮤직 페스티벌 2019’(이하 파크뮤직)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음악들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관객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으로 불린 ‘파크뮤직’이 지난 15~16일 서울 올림픽로에 있는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파크뮤직’은 ‘취향대로 놀고먹고 마시는 6월의 도심 속 피크닉’을 표방한다. 한 장르에 집중하는 대신 관객의 너른 취향을 염두에 둔 라인업으로 표심을 잡았다. 가수 죠지, 카더가든, 비비, 밴드 아도이 등 최근 인디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뮤지션들부터 국카스텐, 십센치, 소란과 같은 관록의 록 밴드, 그룹 워너원 출신 김재환, 장범준 등 인기 가수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16일 메인 스테이지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장범준은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로 축제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궜다. 투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것이 그의 음악 특징이지만, ‘파크뮤직’에선 흥겨운 연주를 들려줬다. ‘벚꽃엔딩’, ‘여수밤바다’, ‘노래방에서’ 등 히트곡은 물론, Mnet ‘슈퍼스타K3’ 출연 당시 불렀던 ‘동경소녀’, ‘막걸리나’,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도 흥을 돋웠다. 돗자리를 깔고 누웠던 피크닉 구역의 관객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여느 페스티벌보다 러닝타임이 짧았던 탓에 장범준은 바빴다. “말은 조금만 하겠다”면서 밀도 높은 공연을 보여줬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리허설을 마친 뒤 “본 공연 때 마치 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환호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을 웃기고, ‘여수밤바다’를 부르기 전엔 휴대폰 불빛 이벤트를 주문하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얼굴은 관객들만큼이나 싱글벙글 이었다.
전날 공연한 죠지와 아도이는 ‘무국적 음악’의 대표 주자였다. 죠지는 힙합과 알엔비, 시티팝을 오갔다. 서양과 동양의 음악을 가로질렀고, 복고와 트렌드를 한 데 엮었다. 팬층도 탄탄했다. ‘보트’(boat), ‘렛츠 고 피크닉’(let's go picnic), ‘오랜만에’ 등이 연주될 때마다 객석에선 ‘떼창’이 터져 나왔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아도이의 음악도 신선했다. 드림팝의 몽롱함과 시티팝의 청량함을 매끈하게 표현해냈다.
같은 날 야외무대에서 공연한 소란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도 베테랑다운 기지를 발휘했다. 보컬인 고영배는 기꺼이 비를 맞아가며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고영배의 투혼에 관객은 환호했다. 잠시 뒤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낭만을 더했다. 비와이, 지코 등 힙합 가수들은 그루브 스테이지에서 관객을 만났다. 비아이는 “공연을 통해 여러 분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면서 “다음 달에 나올 내 정규 2집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