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 분야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요양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민간요양기관의 재산권을 빼앗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17일 ‘장기요양기관 국공유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공공요양시설 확대를 요구해온 복지·노동계 입장과 사뭇 다른 의견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지난 2008년 도입돼 올해로 12년째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돌봄 분야 공공성 강화정책이 현재 장기요양기관의 90%에 해당하는 민간기관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기관의 회계투명성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확충, 장기요양기관의 재산 처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민간 요양업계는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정부의 지나친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남웅 공공시민정책시민감시단 총재는 “민간요양사업자들은 복지 사업가가 아니라 경쟁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 또는 일반 법인 사업자”라며 “민간요양사업자를 퇴출시키는 국공유화 정책은 보험가입자의 주권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요양서비스 선택권을 빼앗는 정책이며, 10년 동안 일궈놓은 물적·지적 재산권을 몰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철 대한장기요양한림원 회장은 "정부는 궁극적으로 장기요양 시설의 국공유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통제는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제공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또 행정기관에 의한 평가기준은 경직돼 있어 제대로 된 지정 및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복지부가 발표한 2차 기본계획은 서비스 공급자가 참여한 가운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병관 한국민간장기요양기관협회장도 “자본주의 이념의 기본인 영리를 배재하면 서비스의 질은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민간이 운영하는 사업에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들 민간장기요양기관 관련 단체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재무회계 규칙 폐지 ▲제2차 장기요양기관계획의 전면 수정 ▲노인장기요양기관에 소득세 부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 철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학계에서도 노인 돌봄 분야의 공공성 강화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가 복지가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가장 큰 원인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학원가기 싫은데 획일적으로 강요당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인복지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통제하는 삶에 대한 환상을 빨리 깨는 것이 중요하다. 관료주의는 선택의 자유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혁신을 만들지 못한다. 또 주민의 자율과 창의,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지 못한다”며 “민간이 나서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