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보다도 못한 꼴이 됐다.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일어난 '붉은 수돗물' 사태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두 번이나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민심은 싸늘하다. 인천시는 자체조사에서 원인도 못 찾았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나서서야 밝혀냈다. 결국 인천시는 소(민심)도 잃고 외양간(원인)도 못 고친 셈이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 원인은 원수(原水)를 공급하던 풍납취수장의 전기점검으로 공촌정수장은 다른 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아야 했다. 이를 수계전환이라고 한다. 수계전환은 수압을 조절하며 천천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배수관로에 쌓여 있던 물때와 이물질 등이 섞이게 됐다. 한 마디로 성급(性急)과 안일(安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의 안일과 무능(無能)이 더해지며 시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태 초기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곧 수습될 것이라며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그러나 해결은커녕 피해만 커져 갔다. 뒤늦게 인천시는 사태 6일째가 돼서야 부시장이 나서 사과를 하고 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집단 반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다급해진 인천시 공무원은 다소 진정이 됐다며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이를 듣던 한 시민이 집에서 떠온 물이라며 마실 것을 권했지만 이 공무원은 결국 마시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인천시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셔도 된다고 주장했던 인천시 공무원은 공촌정수장의 탁도계가 고장 난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 탁도계는 정상 수치를 보였고 이를 근거로 마셔도 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결과 이 탁도계는 이미 고장이 나 있었다.
탁도계가 고장 난 것을 알았더라면 이 같은 주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주민들이 공무원의 말만 믿고 그대로 마셨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주민들은 공무원을 불신했고 이것이 다행(多幸)이 되는 웃픈 현실이 됐다.
사태 발생 20일이 지나서야 원인이 밝혀져 해결은 가능해졌다. 그러나 붉은 수돗물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해결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더라도 한동안 시민들은 피해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인천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외양간은 남이 고쳐줄 수 있지만 신뢰 회복은 스스로 해야 한다. 실수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인천 공직사회에 만연한 성급과 안일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인천상수도사업본부장 등 2명을 직위해제했다. 이후 감사도 벌여 후속 인사조치도 한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들의 줄 문책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인천시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 박 시장은 이미 고개를 숙였다. 이왕 고개를 숙였으면 피해 주민들과 참 소통에 나서야 한다.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말을 경청하며 책망(責望)도 기꺼이 받아야 한다. 힐난(詰難)이 두려워 인(人)의 장막 뒤에 숨는 우(禹)를 범해선 안 된다. 남이 고쳐준 외양간이지만 이제 민심을 찾아오기 위한 참 소통이 필요한 때다. 참 소통은 요식적인 말과 행동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고언(苦言)한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