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간 예인에게 바치는 신명 한판, ‘몌별 해어화’

앞서간 예인에게 바치는 신명 한판, ‘몌별 해어화’

기사승인 2019-06-21 09:18:00


-장금도, 유금선 명인 추모-

- 20, 21일 서울 남산국악당서 공연-

-연희단팔산대의 판굿 시작으로 신명나는 무대 이어져-

-마지막 예기(藝妓) 권명화의 즉흥무에 관객들 큰 박수-

죽는 그날까지 무대에서 춤을 춰야제.”

신록을 타고 내려온 남산골 바람이 싱그러운 초여름 오후,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단신 할머니의 춤사위에 맞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

다름 아닌 예기 권명화(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9'살풀이춤' 보유자) 명인의 소고춤에 모두가 눈을 떼지 못했다. 8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열정과 날아갈 듯 가벼운 몸놀림이다. 예술인 기생이란 뜻의 '예기'는 수년간 음악, , 예절 훈련을 통해 예인으로 태어난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20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 해태홀에서 올해 초와 5년 전 세상을 떠난 이 시대 마지막 예기(藝妓)  장금도·유금선 명인의 추모공연 '몌별 해어화'를 개최했다.

-소매를 부여잡고 보내는 몌별(袂別)-

이번 공연은 지난 2013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우리시대 마지막 예기 3인이 펼쳤던 '해어화' 공연의 후속편인 셈이다.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의 해어화(解語花)는 기녀를 뜻한다.

당시 권명화 명인은 소화권번 출신 장금도(1928~2019) 명인, 부산 동래권번 출신 유금선(1931~2014) 명인과 함께 열띤 공연을 펼쳤다. 그 무대로부터 6년, 그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이번 공연 제목은 소매를 잡고 작별한다는 뜻의 몌별(袂別)’이란 제목을 달고 후배 예인들이 한바탕 최고의 춤판을 벌였다.

-해어화와 함께하는 춤의 노름마치들-

20일 오후 공연의 판을 여는 판굿은 예전 호남여성농악단을 복원한 연희단 팔산대가 나서서 신명나게 무대를 열어젖혔다. 이어진 공연은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으로 두 명인을 추모하는 정명희의 살풀이춤’, 마지막 진주 예기 김수악을 이어받은 김경란의 교방굿거리춤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동래 명무의 틈에서 저절로 깎여진 이성훈이 한국의집 예술단원들과 동래학춤을 추고 유금선을 시봉하는 학습꾼 김신영이 노명인의 구음(口音)을 거들었다. 이어 유랑단체 단장의 아들이자 막내단원으로 산하를 떠돌며 배움이 아닌 겪음으로 얻은 김운태의 신명나는 채상소고춤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안무가이자 명무전의 증인이 간직한 전주판 삼현승무를 구현하는 국수호의 승무에 이어 2시간 공연의 대미는 권명화 명인의 소고춤이 장식했다. 나이를 잊은 듯 이제야 춤맛 알겠다.”는 노춤꾼의 예술 혼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먼저 떠난 두 분의 혁혁한 무공(舞功)을 기리고, 홀로 남은 예인의 무운장구(武運長久)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을 준비했다올해 최고의 멋과 맛이 넘치는 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1()까지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이어진다.

-예기 3인은-

장금도(張今桃, 1928~2019)

열두 살 봄에 군산 소화권번에 입적했다. 인력거 두 대가 와야 춤추러 나갔던 최고의 예기(藝妓). 아들의 장래 때문에 춤을 접었지만 김제만경 너머 파다한 춤 소문 때문에 곡절 끝에 다시 서야 했다. ‘민살풀이춤’, 무심히 꺼낸 빈손이 공기의 결로 스며들었고 축축한 선율에 결로 되어 손끝에서 춤이 뚝뚝 떨어졌다. 2013<해어화>에 출연했고, 올해 벚꽃이 영글기 전 가셨다.

유금선 (柳錦仙, 1931~2014)

열네 살 여름에 동래권번에 입적했다. “평양기생 진주기생 말도마라 동래기생!” 풍류본향 동래를 주름잡았다. 가곡, 시조, 판소리, 심지어 트로트에서 엔카까지 목으로 안 되는 것이 없었다. 그중 특장은 춤을 부르는 구음(口音)이었다. ‘동래학춤의 구음, 세파에 찌든 학들의 체중을 탕감하고 비상케 하는 절묘한 소리. 2013<해어화> 공연 이듬해 이내 학이 되어 가셨다.

권명화 (權名花, 1934년 생)

김천의 세습무가에서 태어나 장구소리에 자라다 6.25로 피난한 곳이 대구 남산동, 덩쿵! 풍악이 들리는 대동권번이 옆집이었고 풍류의 대가 박지홍을 수양아버지 삼아 가무을 학습했다. 현재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9살풀이춤의 보유자 인데, 박지홍에게 배운 승무또한 장관이다. 2013<해어화>에서는 승무도 겸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고령이라 소고춤만 나선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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