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순응도가 낮은 만성질환자들은 대체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을 거르는 습관이 지속되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서서히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건강행태의 변화에 따른 질병 예측 및 질병 부담 추계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고혈압 환자의 의약품 복약불순응의 주된 이유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55.0%)’였다. 또 ‘증상이 완화되어서(24.4%)’, ‘약을 자꾸 먹으면 몸에 나쁠까봐(12.8%)’ 약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의약품 복약불순응의 주된 이유도 역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77.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약을 자꾸 먹으면 몸에 나쁠까봐 (7.2%)’, ‘증상이 완화되어서(5.7%)’ 순으로 조사됐다.
18세 이상 고지혈증 환자도 주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50.6%)’ 약을 제때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증상이 완화되어서(38.9%)’, ‘효과가 별로 없어서(4.8%)’ 순으로 나타났다.
관절병증 환자의 주된 복약불순응 이유는 ‘증상이 완화 되어서(68.5%)’였으며, 그다음으로 ‘효과가 별로 없어서(11.5%)’, ‘약을 자꾸 먹으면 몸에 나쁠까봐(9.1%)’ 약을 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을 한두 번 거른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길 확률은 적지만, 이런 행위가 지속되면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
안가영 고대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사용하는 약물 종류나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증상조절제는 복약기간을 줄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제는 장기간 사용한 환자들의 경우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항류마티스제는 당장 복용을 중지한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차이가 없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오랜 기간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증상 완화를 위해 부작용이 큰 다른 약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로이드제처럼 복용 전후 증상 차이가 바로 나타나는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을 조절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다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에 온다”며 “약이 많아 개수나 복용 기간을 줄이고 싶다면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말하지 않으면 환자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스마트폰 알람을 설정하는 습관을 들이고,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약물은 식사와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 다만 위장장애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식후 30분에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밥을 거르고 약 먹는 것보다 약을 안 먹는 것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중지하고, 바로 약을 먹을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