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중 교사들, 학생들 앞에서 머리는 숙였지만

완산중 교사들, 학생들 앞에서 머리는 숙였지만

기사승인 2019-06-25 11:31:36
교사들이 학생들 앞에 허리를 굽혔다. 이벤트가 아니라면 좀체 보기가 어려운 장면이다.
25일 오전 9시 전주완산학원 강당. 완산중학교 교장·교사 32명은 전날 교무회의를 거친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학생들 앞에 섰다. 교사들이 보통 서는 강당의 높은 단이 아니라 학생들과 같은 높이의 강당 바닥에 내려 섰다. 한껏 몸을 낮춘 것이다.

이들은 "완산중 사태와 과련해 이를 미처 막지 못하고 확산시켜 크나 큰 염려를 끼친 점에 대해 교원으로서 학생과 학부모님에게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자리에는 일부 학부모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권리에 당당하지 못했지만 어찌 학생과 학부모님이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할 바 있겠냐"면서 "잘못과 아픔을 딛고 학교의 본분인 학습과 학생 지도, 안전생활에 완산중 교직원은 끝까지 책임지고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학생들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교육청에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완산학원 사태는 교육의 목적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립취지와도 맞지 않으므로 잘못에 대한 책임과 벌을 달게 받겠다"면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학교 입장을 안내했어야 했지만 감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 미뤄왔던 점에 대해서 미안함을 표시했다.

완산학원에 대한 감사결과는 7월말 예상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학교는 교육에 최선을 다할 방침도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교 해산'이나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은 모두 루머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과의 뜻을 밝히는 시간에도 학생들은 크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과문 낭독에 이어 교사들이 자신들과 같은 높이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강당서 만난 A학생은 "진실성이 부족하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B학생은 "오늘 사과는 고마운 일인데, 이 때까지는 사실 선생님들이 학교 언급을 하면 화를 냈었다"고 말해 A학생의 말을 거들었다.
C학생은 "(특정 교사를 지목한 뒤)그 선생님은 문제교사인데,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D학생은 "교장선생님이 사과문을 읽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E학생은 "5년전에도 완산학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또 이런 일이 있다는게 말이 되나"라고 물었다. 몇 몇 학생들은 "폐교해야 한다"면서 학원과 학교, 교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교사들도 힘이 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교에 근무한지 10년 넘은 한 교사는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 학생들에게 돌아가 너무 부끄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교단에서는)정의를 가르치면서 우린 그러지 못 했다"고 고백했다.
완산학원 완산중에 이어 완산여고 교사들은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완산학원 사학비리사건과 관련, 세 번째 감사를 진행중이다.
도교육청은 전주지검으로 부터 전달받은 기소자 4명에 대해 지난 11일 학원측에 해임 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학원측은 '관련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한 뒤 판단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교육청에 보내왔다.
교육청은 또 교원 채용비리를 '원인무효'로 판단하고 관련 교원의 퇴직을 요구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학원측의 개혁의지를 문제삼는다. 감사담당관실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머리를 숙였지만 불법을 자행한 사람은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수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가 정상화하려면 이사회가 제대로 돼야 하는데, 관선이사는 교육부가 키를 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어서 파견까지는 6개월은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완산학원은 설립자 일가의 학교자금 횡령, 교사채용 뇌물 수수 등 53억원대 사학비리 전모가 전주지검에 의해 드러나 설립자와 사무국장이 구속됐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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