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가 2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86.7%는 정신적 고통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일부는 자살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서적 지원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남성 환자 대상의 상담 치료 프로그램 부재 등으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26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난임 환자들이 겪고 있는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난임 진료 인원은 꾸준히 늘어 2009년 17만7000명에서 2017년 21만2000명으로 19.8% 증가했다.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의 86.7%는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었던 경우도 26.7%나 됐다.
박춘선 회장은 “난임 환자들은 간섭이나 상처를 주는 주변인의 말, 동료의 임신 소식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 상실감 등의 정서적 고통을 겪는다”며 “연합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난임 교육 캠프에 참여한 환자들을 보면,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캠프참여자 175명으로 대상으로 정서적 지원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를 조사한 결과,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7.5%로 높게 나타났다”며 “난임은 의료적인 문제 외 정신적, 사회적, 정서적 문제가 복합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정열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장(한국모자보건학회장)은 난임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임신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또 상담 치료만으로도 환자의 우울, 불안감 등의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1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 상담치료를 받은 난임 환자군의 불안감은 42.8점에서 38.9점으로, 우울증 증상은 8.9점에서 6.6점으로 감소했다”며 “삶의 만족도는 23.9점에서 25.5점으로 상승했고, 임신율은 43.3%에서 56.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난임 환자 대상의 상담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난임 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담 인력, 인프라, 질 등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정부 차원에서 예산이나 지침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여성 환자에 집중돼 있는 난임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 남성 환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안나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은 “난임 관련 상담을 받아봤다는 환자 가운데 여성은 5%, 남성은 1%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남성도 상담 대상자인데 많은 여성이 혼자 감당한 것”이라면서 “이에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에 개소한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서는 ‘누구의 남편’이 아니라 ‘상담 대상자’로 상담을 실시할 수 있도록 별로 상담사를 배치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이에 지난해 기준 센터 내 상담을 받은 남성은 10%가 안 됐으나 올해 13%로 약간 늘었다”며 “또 남성 환자의 정서적 어려움은 여성과 또 다를 수 있다. 센터에서는 남성 난임에 대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