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조선업계가 미래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자율운행 선박’ 시장선점에 나섰다. 향후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경쟁국인 중국을 따돌리고 글로벌 조선업계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8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와 정부는 무인선으로 불리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과 관련된 스마트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자율운행 선박은 원격제어를 통해 최소한의 인원 혹은 무인으로 설정된 구간을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선박이다. 도입된다면 에너지효율 및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아울러 기존 선박과 달리 스마트 기술을 통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길까지 자연재해와 해적, 선박의 고장 등 여러 위급상황에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사들에 큰 장점으로 꼽혀 미래 수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눈여겨본 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을 목표로 자율운항 선박 기자재·시스템 기술개발과 실증, 인프라 구축 추진을 통해 자율운항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또 지난달에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보완대책으로 자율운항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미래선박 발전을 위한 ‘스마트 미래선박 발전 로드맵’을 연내에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로드맵에는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조선 산업의 친환경·스마트화를 주도하기 위한 관련 핵심 분야별 상생협력 방안과 발전전략이 담길 전망이다.
우리 산업계도 자율운행 선박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4일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이하 '한국해양대')과 친환경·스마트 선박의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한국해양대가 지난 5월 첫 운항에 나선 실습선 ‘한나라호’에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스마트십 시스템 ‘SVESSEL’(에스베슬)을 탑재하기로 했다.
시스템을 통해 실제 운항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수집·분석해 자율운항 선박의 핵심 기술인 충돌방지·회피·원격운항지원 등 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심용래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연구개발에 필요한 실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며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3일에도 한국-노르웨이 정상회담 기간동안 선급협회인 DNV-GL과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술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육상 원격 지원 및 승선인력(Crew) 절감을 위한 요소 기술 등을 DNV-GL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십 기술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우조선해양도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선박에 요구되는 사이버 보안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영국 로이드로부터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 기술의 기본 승인 단계 인증을 취득했다.
승인을 얻은 기술은 ▲실시간 데이터 송수신 점검 ▲정보기술(IT) 및 운영기술(OT)에 대한 잠금보안 ▲인공위성을 통한 실시간 백신 업데이트 ▲시스템 자동백업 등의 기능을 통해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게 하고 육상과 선박 간의 통신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탄생할 자율주행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후발주자(중국·일본 조선업계)에게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도 선주사의 해킹을 막고 경제적 운항을 돕기 위해 관련 기술의 개발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