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천막 설치로 서울시민 모두의 공간 광화문광장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공화당은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 천막 2동을 설치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허가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설치 목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요구와 숨진 보수 인사 추모입니다. 서울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의 농성은 조례가 규정한 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게 시의 입장이죠.
시는 퇴거명령을 하고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수차례 보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결국 시는 지난 25일 새벽 천막을 기습 철거했습니다. 설치 46일 만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며 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법집행을 비웃듯 철거 3시간 만에 다시 천막 3동을 설치했습니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맞아 천막을 다른 장소로 옮겼고 시는 그 틈을 타 30일 광화문광장에 대형화분 80개를 추가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1일 “광화문 천막 설치는 반드시 한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입니다.
시와 우리공화당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공화당 당원들은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 공해를 유발하고 있는 데다 야외용 발전기, 가스통, 휘발유통 등 불법 적치물을 보란 듯 가져다 놨습니다.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포착됐습니다.
실제로 시에 따르면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설치한 뒤 40여일간 광화문 천막으로 인한 민원은 205건에 달합니다.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140건입니다. 폭행 20건, 욕설 14건, 현수막 철거 10건, 시비 7건, 음주 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민원 주요 사례로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질러 지나가지 못하고 있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무섭게 가로막고 있어서 지나갈 수 없다“ ▲천막에서 저녁에 술을 먹고 화단 옆에 담배꽁초를 버리며 욕설을 해서 피해 다녀야 한다” 등이 꼽힙니다.
시민들의 불편에 대한 우리공화당 반응은 어떨까요. 사과나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회자 질문에 “박원순 서울시장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이라며 “그것은 우리 텐트가 기본적으로 싫어서 민원을 넣은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정말 불편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민원을 제기한다고 폄하한 것입니다.
‘왜 세월호는 되고 우리는 안 되냐’는 주장도 억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월호 천막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해 공식 허가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공화당이 따져야 하는 대상은 박 시장이 아닌 이들이 추종하는 박 전 대통령이죠. 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던 세월호 참사를 ‘국정농단 주범’ 박 전 대통령 석방과 동일선상에 둘 수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우리공화당은 박 시장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그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긴급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이 걱정해야 할 것은 서울시나 박 시장이 아닙니다.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시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응답은 62.7%로 집계됐습니다.
지금처럼 법을 무시하고 시민 불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 전 대통령 석방이라는 명분이 퇴색하고 우리공화당과 태극기부대에 대한 비판 여론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