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난임 진단을 받았습니다. 난 문제 없다며 검사 안 받는다고 아내에게 볼멘소리를 했는데... 아내에게 미안하고, 괜히 위축되네요.”
남성 난임 환자가 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난임 진단자는 22만명으로 2007년에 비해 37% 증가했다. 특히 남성 환자는 2만 6000명에서 6만 3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난임으로 인한 정신적 고충을 호소하는 남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소한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 이용자 가운데 남성 환자는 전체의 14%를 차지한다. 개소 당시에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안나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장은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어도 치료 과정의 대부분은 여성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신체적, 정신적 고충을 겪고 있다”며 “남성도 그런 아내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원인이 남성에게 있을 땐 미안함 때문에 위축감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또 치료가 길어질수록 예민해진 부인과의 불화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받는 여성도 난임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을 때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센터장은 난임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을 빚기 보다는 ‘부부’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임은 ‘부부’의 가임력 문제다.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체외수정을 포함한 의학적 치료를 수차례 진행할 동안 여성의 가임력이 유지돼야 임신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40세 이상이 되면 임신율이 떨어지고 자연유산율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이 안 되더라도 안정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가 함께 극복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난임 치료가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