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2주년 성과보고가 이뤄졌다. 직접 발표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6년 62.8%에서 2018년 67.2%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의료비 지출은 총 2조2000억원 절감됐다”며 국민의 지지를 전제로 성공을 자신했다. 과연 성공할까?
대통령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를 향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연일 ‘문 케어 때리기’에 바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발표 직후 “(문재인 케어가) 기금의 고갈이나 보험료의 폭등은 물론이고 의료체계 전반까지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무능한 좌파복지정책의 민낯이자 책임은지지 않고 돈만 쓰겠다는 ‘먹튀 케어’다. 국회가 막지 못하면 ‘먹튀 케어’가 ‘제로 케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또 다시 삭발에 단식까지 들어갔다. 의사들도 조만간 붉은 띠를 두를 태세다. 최 회장은 “문 케어는 보장성 강화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추진돼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제한하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며 보험재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적정보상이 전제된 필수의료 중심 급여화 정책으로 전면 수정하고 이행 속도 또한 늦추라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개혁을 위해 선결적으로 제시된 여섯 가지 과제에 대해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올해 9~10월 중 의료개혁 촉구를 위해 의료를 멈출 것”이라면서도 “신뢰는 무너졌고, 정부가 단기간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고 의사총파업을 사실상 확정짓기도 했다. 더구나 개원의를 비롯해 전공의 등 의료계 곳곳에서 지지와 동참의사도 밝혀 의료서비스 중단사태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시민·사회·환자단체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미지급금이 6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법에서 정한 20% 내에서라도 국가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보험료 국민부담 인상은 없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 안건인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유례없이 보류했다. 그럼에도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현 수준(13.6%) 이상의 지급은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 2년 만에 커다란 암초들에 둘러싸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책보다 성과와 청사진만을 제시하며 낙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54%가 문재인 케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부정적 의견은 11%에 불과했고, 건강보험 재정 또한 발표 당시 계획에 비해 지출이 적었고, 적정 규모의 적립금 활용과 3.2% 수준의 보험료 인상, 재정지출 합리화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봤다. 재정안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제도개선을 통해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 급여화된 뇌·뇌혈관 MRI 검사료… 낙관론 뒤흔들 단초 될까
이처럼 국회에서는 제1야당이, 사회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이 문재인 케어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과 건강보험 국고지원 문제를 두고서는 시민·사회·환자단체가 적군으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많은 수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정부를 향한 경종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정부의 설계가 무너진다는 전망에서다.
그 시작점이 지난해 10월 급여화된 ‘뇌·뇌혈관 MRI 검사’다. 한 민간인 건강보험 전문가는 “명확치는 않지만 급여화 이후 뇌·뇌혈관MRI의 진료비규모가 대략 정부예상치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합병원급에서의 검사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의 검사역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그 아래로 흘러넘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현상을 파악하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청구데이터 수집이 안 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청구분이 2배까진 아니다. 급여화 초기인 지난해 청구분이 예상치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급여화가 예고된 만큼 검사를 미뤘던 환자가 일시적으로 몰린 것일 수도 있다”면서 “아직 모니터링 기간이 남았다. 보다 정확한 추계가 가능한 8월까지 지켜보며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사 출신 건강보험 전문가는 “뇌·뇌혈관 MRI 검사가 급증할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의사는 오진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MRI검사를 권할 수밖에 없고, 환자들은 부담이 줄어든 만큼 호기심라도 요구하는 경우가 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 낙관했던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문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척추·관절 MRI다.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재정이 소요되겠지만,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검사를 어떻게 제한하고 관리할 것인지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대책은 급여기준의 강화와 면밀한 진료비 심사가 되겠지만, 전달체계 붕괴와 심사·평가체계에 대한 불신, 지속되는 경영악화 등으로 의료계의 인내가 고갈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