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공정경제는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의 토대이다. 공정경제 없이는 혁신도 포용도 불가능하다”면서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에서부터 공정경제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 문재인 대통령 모두발언>
공정경제는 공정과 정의가 경제 생태계 속에서 구현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경제생활 속에서 공정과 정의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공정경제는 또한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의 토대입니다. 공정경제 없이는 혁신도, 포용도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두 차례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가졌습니다. 그에 따라 공공기관들부터 먼저 공정경제 성과보고회의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민간부문에서 이룬 성과들에 대해서도 따로 국민들께 보고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의 바탕은 신뢰입니다. 투명하고 자유로운 시장이 가장 좋은 시장입니다.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공정이 자리잡아야 중소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에 열정을 쏟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도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서비스에 신뢰를 갖게 됩니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혁신과 포용 속에서 경제활력이 살아나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시장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 꾸준히 관리해야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년간, 공정경제를 위한 시장의 새로운 규칙과 기반을 만들어 왔습니다. 입법이 늦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쌓아왔습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순환출자고리는 대부분 해소되었습니다.
하도급‧가맹‧유통분야 종사자 여러분은 거래 관행이 개선되었다고 느끼고 계십니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제정되고,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기업이 50% 가까이 증가하는 등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기반도 마련되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가 공공기관입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에서부터 공정경제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먹고 사는데 꼭 필요한 물, 가스, 전기부터 건강보험을 비롯한 종합병원, 도로,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교통 분야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은 경제주체로서 비중이 매우 큽니다. 공공기관 예산은 GDP 대비 35~40% 수준인 600조원 이상으로, 수많은 협력업체와 하도급 업체가 공공기관과 직간접적으로 거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여러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 확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룰메이커’로 경제행태, 거래행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공공기관의 공정거래 관행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해왔습니다. 과거처럼 일률적인 기준과 제재 위주의 방식이 아니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그리고 맞춤형으로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속한 에너지시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속한 건설시장은 공정거래의 관행이 같을 수 없습니다. 시장 상황에 적합하면서도 유연한 방식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사업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선 방안을 통해 공공기관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관행을 개선해 나가도록 했습니다. 오늘 소개될 모델들은 각 공공기관들이 공정거래를 위해 업무방식과 규정, 계약서 등을 자율적으로 바꿔낸 사례들입니다. 바람직한 거래의 모습을 담은 ‘모범 거래 모델(Best Practice Model)’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국민의 이익과 경제활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첫째,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며 공공시설의 임차인인 국민의 이익을 키웠습니다. 공공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조항과 면책 규정을 삭제하거나 개선했고, 소비자와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둘째, 협력업체에게 위험이나 비용 부담을 부당하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여, 정당한 대가지급을 보장했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면서 공공기관과 협력업체가 이익과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규칙입니다.
최저가 외에도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적용할 수 있게 했고, 금액을 과도하게 깎는 행위, 공사기간을 과도하게 줄이는 행위,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를 제한했습니다. 기술과 정보에 대한 소유와 사용 권한을 정할 때 협의를 거쳐 정당하게 대가를 지급하게 하고, 불가항력의 이유로 인한 손해의 범위를 넓혀 협력업체의 이익과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셋째, 공공기관과 거래 당사자인 민간기업 사이에도 불공정행위를 차단했습니다. 하도급 관계가 구조적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공동도급방식을 비롯한 수평적 계약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하도급 대금과 노동자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직접 지급하게 하고, 입찰에 담합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신속하게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공공기관의 거래조건은 민간기업들간의 거래에도 중요한 근거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큽니다. 공공기관은 공정경제 실현의 마중물로서 민간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맞춤형 거래 관행 개선을 시범 적용을 거쳐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민간까지 확산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공정거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공공기관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공공기관과 임직원의 성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공공기관의 공정거래는 우리 경제가 공정경제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시장의 신뢰’를 세우는 일입니다. 길게 보면서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모든 관계기관의 협력을 당부합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경제 법안들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도 당정이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법과제까지 이루어져야 우리가 공정경제의 성과를 더욱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