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조롱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여성 혐오와 맞물려 심각해지고 있다. 공격 양상이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A씨(31)와 B씨(25) 등 20~30대 남성 4명은 지난 6일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했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경찰은 모욕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조롱과 모욕은 사회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했다. 주로 여성 비하와 함께였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의 멤버들은 한 여성이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사람이라며 ‘위안부급’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송파구 한 여자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을 향해 “너희들은 일제시대 위안부 ‘정신대’야”라고 말했다는 ‘스쿨미투’가 나왔다. 지난 2017년에는 순천대학교 한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원래 끼가 있으니까 끌려간 것”이라며 “할머니들이 사실은 상당히 알고 갔다. 내가 보기에 전혀 모르고 위안부로 간 것은 아닐 거다”라고 발언했다.
지난 3월 “전쟁, 여성, 폭력: 일본군 ‘위안부’를 트랜스내셔널하게 기억하기”라는 제목으로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무타 가즈에(牟田和惠) 일본 오사카대 교수는 위안부와 미투에 대한 반동 현상에 공통적으로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무타 교수는 “가해자 측의 일방적 정의에 의해 여성에 대한 성적 가해가 묵인돼고 허용돼 처벌받지 않는 사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민족주의와 여성 혐오, 여성 차별이 공존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발언했다.
위안부 강제동원은 이미 일본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문제다.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군은 ‘모집, 이송, 관리 등이 감언, 강압 등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며 일본의 관여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뒤 일본에서는 ‘고노 담화’를 흔드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고노 담화를 검증하고 사실상 담화를 부정하는 결과를 내놨다. 우익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했다.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일본 올림픽 담당상은 지난 2016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라고 말해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권명아 동아대 교수는 “위안부를 향한 공격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혐오 뿐 아니라 역사 수정주의, 진보진영에 대한 반발, 반민족주의 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짚었다. 지난 6일 발생한 소녀상 조롱 사건에 대해서는 “청년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과거 공격이 개개인 수준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증오 선동행위를 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과거에는 연령대가 있는 지식계층 사이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면서 “최근에는 유튜브,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한 젊은 세대 중심으로 위안부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