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주장 여성 DNA, 아기 DNA와 불일치 결과
여성 진술에 의존한 경찰, 사건 원점에서 재수사
지난 11일 경남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 신생아를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이 DNA 확인 결과 아기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이 여성은 검거 당시 “자신이 친모”라고 진술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친모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경찰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지난 11일 오전 7시께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서 이 집 주인인 70대 할머니가 탯줄이 달린 채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 119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기는 몸 여러 군데에 벌레에 물린 자국도 있었지만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유류품과 탐문 수사 등을 통해 40대 여성 A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지난 13일 붙잡았다.
애초 A씨도 경찰 조사에서 “양육할 형편이 안 돼서 그랬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자신이 아기의 친모라고 주장한 A씨와 아기의 DNA가 일치하지 않아서였다.
A씨는 “복대를 차고 있던 10대 딸이 의심돼 딸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자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A씨의 딸도 DNA를 감식했지만, 아기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A씨를 상대로 경위를 파악했지만, 수사에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었으나, 경찰은 히스테리성 성격 장애로 A씨가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병의 증상은 과도한 감정과 주의 집중을 요구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관심과 주의가 집중되지 못하면 불편함을 느끼고, 관심을 스스로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이 이 병의 주요 증세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가 뒤늦게 ‘딸 때문에 그랬다’고 번복한 진술도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붙잡고도 DNA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병원 등을 통해 A씨 진료나 출산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A씨 진술에만 의존해 부실 수사 논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 진술이 너무 명확한 데다 병원 진료 등을 요청했지만, A씨가 거부하면서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기 주변에 있던 현장 유류품을 1차 조사한 결과 지문이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난항에 부딪혔다.
경찰은 국과수에 유류품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리하면서도 아직 사건 연관성에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은 주변 CCTV 분석 범위를 더 확대하는 등 아기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밀양=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