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적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중소마트들은 ‘불매’에서 나아가 일본 맥주와 된장, 가쓰오부시 등 일본 제품을 매장 내에서 아예 퇴출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인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이 동참하면서 대형마트 역시 이런 행보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도 ‘일본 불매운동’은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중소마트와 달리 대형마트는 거래사와의 관계, 법령 위반 소지 등으로 불매운동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수의 협력사와 얽혀 있는 대형마트는 상황 상, 어려운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일본 제품을 모두 판매 중단했다간, 자칫 법령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몸을 사리는 원인으로 꼽는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계약을 ‘일본 불매운동’ 사유로 파기한다면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대형마트의 경우, 보통 협력사만 천 단위에 이르며, 직매입 외에 다양한 계약 형태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브랜드가 아닌, 국내 수입업체가 도리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점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불매운동에 나설 경우, 국내 수입업체 역시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여론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제품을 모두 빼는 등의 조치는 내부적으로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에 대한 선택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다양한 고객층을 상대해야 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 이를 팔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에 소극적인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들이 매출 하락을 우려해 ‘일본 불매운동’ 동참을 주저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내놓는다. 이를 의식한 듯 업계는 일본 제품에 대한 진열 위치를 바꾸고, 할인 등 프로모션에서 제외하는 등의 ‘간접’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대형마트에 대한 여론의 압박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이 대형마트에서 유일하게 일본제품 불매에 참여하면서 불이 붙었다. 창동점은 매장 내 일본산 134개 제품을 전부 철수시켰다. 창동점 관계자는 “직매입한 일본 상품에 대해 철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면서 “소비자들의 응원 메시지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중소마트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판매 중단’은 급속히 확산 중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동네마트 3000여곳 이상이 동참했다. 2만여곳의 슈퍼마켓이 가입된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판매 중단을 선언 후 회원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5만 곳에 육박한다는 추산 결과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