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노동자들이 고객들에게 일본제품을 안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가 국민적 분노에 동참할 것과 일본 제품 판매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선언으로 일본 불매운동에 미온적이던 대형마트들도 입장을 바꿔 ‘일본 불매’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24일 오전 10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노동자 일본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본의 적반하장식 경제보복으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본 아베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정당한 판결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잘못에 대한 사죄는커녕 경제보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산업노조 김기완 위원장은 취지발언에서 “수백만영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했다. 이런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해 국민적 움직임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일본을 규탄하는 반일 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이 시간부로 일본 상품에 대한 안내를 보두 중지한다. 아울러 대형마트 3사도 국민적인 운동에 즉각적으로 동참해 일본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형마트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경기도의 한 이마트에서 근무중인 노동자는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에서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기 않겠다는 기사를 봤다, 이마트의 참여를 내심 기다렸지만, 오히려 일본 맥주를 5000원에 할인 판매하다가 반민족 기업으로 규탄 받고 있다”면서 “이마트가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지탄했다.
롯데마트 원주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노동자는 “기린, 삿포로 등 일본맥주의 판매가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국민들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낄 수 있었다. 롯데는 태생이 애매하다한다. 노동자로서 부끄럽다”면서 “일본제품들의 판매 중지는 물론, 롯데마트는 선제 대응에 나서야 대한민국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홈플러스 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수산코너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노동자는 “라면과 맥주, 생선 건어물 등 매장에 일본 상품이 즐비하다. 이 제품들을 진열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현장 조합원들끼리 ‘조금이라도 행동해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을 했다. 어제부터 피켓을 들고 행동에 나섰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일본제품 안내하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불매운동을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일제품 퇴출’ 선언을 한 중소마트와 달리 ‘불매운동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거래사와의 관계, 법령 위반 소지 우려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현재 업계는 국민적 여론을 인식한 듯, 일본 제품에 대한 진열 위치를 바꾸고, 할인 등 프로모션에서 제외하는 등의 ‘간접’ 조치로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여론의 압박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이 대형마트에서 유일하게 일본제품 불매에 참여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창동점은 매장 내 일본산 134개 제품을 전부 철수시켰다. 이날 마트노조 선언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일본 제품을 매장에서 빼는 실질 조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제품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한편 중소마트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판매 중단’은 급속히 확산 중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동네마트 3000여곳 이상이 동참했다. 2만여곳의 슈퍼마켓이 가입된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판매 중단을 선언 후 회원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5만 곳에 육박한다는 추산 결과도 나온 상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