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어쩌나...” 대형마트·편의점, 일본 맥주 ‘애물단지’ 전락

“재고 어쩌나...” 대형마트·편의점, 일본 맥주 ‘애물단지’ 전락

기사승인 2019-07-30 04:00:00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맥주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애물단지’로 추락하고 있다. 제품이 팔리지도 않는 데다, 국민적 저항감이 만만치 않아 진열만 해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오는 탓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일본 맥주 발주 중단에 들어갔고, 수입맥주 할인행사에서도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26일부터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에비스, 오키나와(일본명 오리온) 등 일본 맥주 6종에 대한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롯데마트 측은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본 맥주의 판매량이 급감한 상태”라며 “재고가 쌓여 있는 만큼, 자연스레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불매운동에 민감한 롯데가 국민 여론을 의식해, 선제 조치로 발주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달 초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은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일본 제품 130여가지를 모두 매장에서 퇴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업계 ‘BIG3'인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도 불매운동에 참여하라는 여론에 불이 붙기도 했다. 

롯데마트 측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참가를 위해 따로 발주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매장 내 이미 들어온 상품이 상당 부분 소진될 때까지 발주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같은 이유로 일본 맥주 신규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업계는 재고 소진 후에도 발주 중단 등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편의점 업계도 수입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들을 제외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다음달부터 '수입맥주 4캔 1만원' 행사 등에서 일본 주류를 모두 제외한다. 대상 상품은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산토리 등 총 10종이다. 대신 한국 맥주 할인행사를 추가로 연다. 일부 일본 맥주 제품은 아예 발주를 정지한다. 

GS25도 다음달부터 수입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한다. 특히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 코젤, 필스너우르켈 등의 브랜드도 포함된다. 아울러 전국 점포에서 판매했던 '센·다루마, 오제키 원컵 가라구치, 쿠라, 노모노모컵' 등 사케코리아 제품들과 '하쿠시카·월계관' 등의 사케 제품 발주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인 미니스톱도 일본 맥주 행사 중단에 나선다. 다음달부터 '아사히·기린' 등 28종 일본 브랜드를 행사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고조되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분 100%를 일본 기업이 보유 중 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96.06%를 보유한 일본 최대 유통사 ‘이온’그룹이다. 

중소마트에 이어 대형 유통업체까지 일본 맥주 발주를 중단하면서 일본산 맥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수입맥주 판매율 2위를 기록했던 아사히 맥주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7위로 내려앉았고, 기린이치방 역시 7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만 매장 내 쌓이는 재고가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벌써 몇 달 치의 일본맥주 재고가 남아있어 발주 자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라며 “신규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본사와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본사의 할인행사 취소로, 일선 편의점들이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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