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웃기거나, 진지하거나

[볼까말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웃기거나, 진지하거나

기사승인 2019-08-01 16:17:38

여러모로 후회 많은 인생을 산 가수가 있다. 포크듀오 멤버로 잠시 무대에 섰지만, 빠르게 잊혔고 되는 일도 없다. 그는 거리공연을 하던 중 돈을 넣는 통을 도둑맞아 범인을 잡기 위해 뛰다가 정체불명의 구덩이로 떨어진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생각하는 순간, 악마가 나타나 영혼을 담보로 한 거래를 제안한다. tvN 새 수목극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서동천(정경호)의 이야기다.

10년 후 영혼을 건네준다는 조건으로 돈, 성공, 젊음을 보장받은 서동천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하립이 돼 인생을 다시 산다. 하립의 인생은 서동천의 삶과 사뭇 다르다. 만드는 노래마다 대중의 주목을 받고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악마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하립은 불안에 휩싸인다. 자신과 거래한 송현모 회장의 죽음에 잠시 안도하지만, 송 회장은 악마의 대리인일 뿐 악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든 거래를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하립 앞에 한류스타 모태강(박성웅)이 등장한다.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한 그는 며칠 후로 다가온 거래일에 서동천의 영혼을 받으러 오겠다고 예고한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는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다는 판타지적 설정 아래, 코미디와 미스터리를 섞은 드라마다.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의 내용을 모티브 삼았다. 지난해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좋은 호흡을 선보였던 배우 정경호와 박성웅이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1일 베일을 벗은 첫 회는 흥미로운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내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갑옷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하립과 악마이면서 악마적 연기로 유명한 한류스타인 모태강은 어딘가 허술해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첫 회 곳곳엔 결코 코믹하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는 암시도 존재한다. 하립의 앞에 갑자기 등장한 불운의 아이콘 김이경(이설)은 잊혀진 포크가수 서동천을 좋아하는 동시에, 하립과 같은 악상을 떠올린다. 아울러 첫 편 말미엔 하립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영혼 반납 전 사망선고를 받는 충격적인 전개도 펼쳐졌다. 인생의 행운과 불운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이 드라마가 가진 진지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담을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첫 회는 다소 정돈되지 않았다는 인상이 있다. 모태강이 악마로 변하거나 악마적 능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컴퓨터 그래픽(CG)도 자주 등장하는 만큼,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해 보인다. 강점은 배우들의 연기와 OST다. 두 번째 만남인 정경호와 박성웅의 조합은 안정적이고, 이설 또한 어울리는 역할을 만난 듯 보인다. 드라마에서 서동천과 하립, 김이경이 직접 만들고 부르는 노래들이 각각의 상황과 어울려 앞으로 나올 음악들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 볼까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 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앞으로 영혼을 건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 속에서라도 상상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밤, 웃기면서도 오싹한 작품을 원하는 시청자도 채널을 고정해 볼 만 하다. 


■ 말까

조금이라도 어색한 CG 화면을 견디지 못하거나, 판타지 소재에 관심이 없다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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