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일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아베 정권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 대응을 위한 비상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도발이 한일관계에서 금단의 선을 넘었다. 일본은 오늘 기어코 화이트리스트 27개국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했다.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의 경제 도발을 중지하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과 우려를 촉구했지만, 아베 정권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파국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과 함께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아베정권의 무모한 도발을 강인한 의지와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일본은 오늘의 결정을 두고, ‘수출 관리 제도와 운용에 불충분함 때문’이며, ‘대항 조치가 아니다’, ‘한일 관계에 영향을 의도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파렴치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심 대표는 “아베 정권의 도발이 단지 수출규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와 경제·안보 모든 면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도발이라는 것을 우리는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 등 한일 과거사를 ‘65년 협정’에 묶어두기 위한 의도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전쟁에서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의도이다. 더 나아가 동북아 안보틀을 흔들고 한국을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밀어내겠다는 발칙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정권이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을 도발하는 최종 목적지는 전쟁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 일본의 부활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정권은 그동안 일본 내 양심적인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도발중지 요구를 모두 외면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외교적 노력도 걷어차고 심지어 미국의 중재조차 거절했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중재 노력을 거부하고 한미일 안보협력까지 와해시키면서 거침없이 폭주하는 아베 정권은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이 엄중한 시기에 저와 정의당은 정부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제안했다.
1.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하고 한·일 안보 협력 전반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고노 외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말한 만큼, 한일 안보협력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안보 협력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신뢰가 깨어지면 정보교류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해서도 안 됩니다. 아베 정권은 우리에게 안보 협력을 요구할 자격도 명분도 없습니다.
2. 격화되는 글로벌 경제전쟁, 기술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 개혁과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에 치열하게 나서야 합니다.
정부는 당장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들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더불어 반도체, 기계, 화학, 자동차 산업 등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차제에 첨단산업 원천기술의 대외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산업생태계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정부는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등 우리 주력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부품, 소재, 장비를 담당하는 국내 중소기업과의 수평적 파트너십에 기초해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투자와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몇몇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경제구조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체제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 됐습니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의 파고와 글로벌 경쟁에서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수평적인 협력에 기반을 둔 경제, 산업생태계 구축이 긴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명심해야 합니다.
반일 국면에 편승하여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는 재계에 휘둘리지 말고, 이번 기회에 공정경제·혁신경제의 기본틀을 마련한다는 정부가 임해주길 바랍니다.
3. 대통령 직속 ‘65체제 청산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일본과의 가해-피해 관계를 재평가하고, 신 한일관계를 정립하는 일련의 작업에 착수하길 바랍니다.
전후 일본 체제를 만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불평등한 한일관계를 규정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우리는 식민잔재를 청산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습니다. 우리 안의 식민성을 극복하려면 기존 한일관계의 규범을 근원적으로 혁신하여 자주적이고 평화지향적인 대한민국의 국격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에게는 앞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아직도 아베 정권은 우리에게 굴욕을 강요하며 추가적인 보복까지 예고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강인한 의지로 이겨냈고 전쟁의 참화도 극복한 국민입니다. 다시 한 번 그 강인함과 위대함이 발휘되어야 할 국면입니다.
우리 정의당은 일본의 무도한 도발을 좌절시키고 한국의 국력과 지위를 인정하는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촛불 항쟁을 이끌어낸 국민과 함께 강력히 싸워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내일 광화문에서 시작해 ‘전국 동시 정당연설회’를 개최하며 국민과 함께 규탄 행동에 돌입하겠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뚫고 새로운 역사로 나아가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