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공의가 상전이죠”
“요즘 전공의가 상전이라고 비아냥거려요”
위에는 병원 관계자들의 말이고, 아래는 전공의들이 하는 말이다. ‘요즘 전공의’가 어떻길래 ‘상전(上典)’ 소리가 나오는 걸까?
우선 근무시간이 줄었다. 그 배경에는 전공의특별법이 있다. 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을 넘길 수 없고, 연속근무는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서울 시내 다수의 대학병원에서는 시간을 지키거나, 보수를 올려주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드니 ‘잡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교수 심부름, 논문 복사 등의 추가 업무도 해야 했다면, 요즘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교수진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술실에서도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수가 대부분의 과정을 소화한다고 한다.
법도 법이지만 전공의의 태도도 ‘요즘 애들’처럼 변했다. 불합리한 업무지시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시 퇴사를 결심하니 교수진들이 ‘눈치’를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전공의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연한 것을 요구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상전’, ‘요즘 애들이란’이라는 거다.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 세대’는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퇴사를 결심한다. 일하는 것만큼 자신의 여가생활도 중시한다. 퇴근은커녕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심지어는 씻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했던 전공의의 근무환경을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이러한 행태가 잘못됐다고 볼 수 있을까? 일례로 수일간 당직을 서다 하루 오프를 받은 한 전공의가 ‘콜’을 받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스탭(교수진)들로부터 엄청난 깨짐(?)을 받은 그 전공의는 쉬는 날 콜이 왔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본인이 환자를 보지 못했다는 일로 억울함, 죄책감 등을 호소했다. 전공의의 워라밸과 환자의 생명에 점수를 매기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 전공의를 대체할 다른 의료진이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는 일이었다.
요즘 세대는 이유 없이 기성세대의 조직문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잘못된 부분이 있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이 명백히 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상전’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마땅히 누려야 할 부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많은 병원에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전공의를 위한다면 병원 내부 시스템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도제식 교육은 미래의 의료를 이끌어 갈 인력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