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판매한 금리 연계 파생상품펀드(DLF)의 대규모 피해를 두고 당국의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상품의 구조적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손실이 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판매를 중단시키지 못한 영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7일 기준)으로, 이 가운데 88%가 손실 위기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국채 금리 연동 상품은 전액 손실구간에 진입했으며, 손실규모는 원금의 95%에 육박한다.
우리은행(4012억원)과 하나은행(3876억원)에서 판매한 금리 연계 DLF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끊이지 않는 지적이 상품 설계상의 문제다. 상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있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소비자의 수익은 3~5%로 제한된 반면 금리가 하락할 수 록 원금손실은 무한대로 커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우리은행 DLF의 경우 만기가 6개월로 짧아 손실을 복구할 기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법무법인 한누리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에 대해 “수익과 손실 간의 불균형이 대단히 극심한 수익구조를 가진 상품”이라며, 두 은행의 DLF 투자자들을 모집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DLS·DLF 사태에 상품의 설계과정부터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을 불러오는 상품이 버젓이 은행에서 판매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가. 이 같은 상품이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상품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특정한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 DLF의 경우 은행이 상품을 판매할 때 사후보고만 하면된다”며 “금감원은 사후보고에서 명백하게 투자자를 오도하는 기술이 포함되었거나, 기본적으로 집합투자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는지 정도만 스크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런 상품이 나왔구나 정도로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어 금감원의 감독사각 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여기에 당국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가 각각 5월과 3월까지 판매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당시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독일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가고, 기 가입자의 손실이 확대되는 시점이였다.
다만 당국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키지 못한 것은 나름의 고충이 있다.
앞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키코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금융상품 판매를 긴급히 중지시키는 ‘판매중지명령권’ 제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판매중지명령권’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이를 담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제도 도입은 표류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에 22일 국회에서 “금소법이 도입됐다면 (이번 DLS·DLF 사태가) 달랐을 것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사모펀드라는 형태로 DLF가 판매되면서 감독당국의 감독을 벗어난데 이어 이를 막을 당국의 권한 부재가 이번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강화와 금소법의 신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사모펀드 활성화에 있어 규제강화가 이루어 지기는 미지수다.
최 위원장도 이날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정책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