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판매하는 파생상품 펀드 2개 중 1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펀드 가입금액의 20%는 손실을 보고 있는 현실이다. DLS·DLF 사태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 같이 높은 손실률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씨티·SC 등 8개 은행이 판매중인 파생상품 펀드의 평균 45.75%는 설정일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펀드 순자산총액 25조2600억원 가운데 5조887억원(20.14%)이 마이너스 수익률 상태다.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펀드에 투자한 원금이 손실처리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에서 판매중인 파생상품 펀드의 성적이 8개 은행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기업은행이 판매중인 펀드 239개 가운데 163개(68.2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액기준으로는 2조4290억원의 설정액 가운데 44.42%가 마이너스 수익률 구간에 진입했다. 마이너스 펀드의 수와 금액이 8개 은행 가운데 1위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나머지 한국계 은행 역시 판매중인 펀드의 절반 가량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에서 판매중인 펀드는 53.7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실현했으며, 뒤이어 농협은행(50.33%), 하나은행(47.52%), 우리은행(46.52%), 국민은행(41.20%)도 판매중인 펀드 40% 가량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기업은행을 제외한 한국계 은행이 판매한 파생상품펀드 가입금액의 21%~26%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우리은행이 판매중인 펀드 설정액의 26.68%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신한은행(24.41%), 농협은행(23.36%), 하나은행(22.30%), 국민은행(21.66%)도 20%대 투자 금액이 손실을 보고 있다.
손실률이 10%를 넘어 원금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비중 역시 기업은행이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의 10% 이상 손실이 발생한 파생상품 펀드 금액은 전체 설정액의 8.50%에 달했으며, 국민은행도 7.32%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나머지 하나은행(6.63%), 우리은행(5.73%), 신한은행(5.63%), 농협은행(5.51%) 등은 펀드 가입금액의 5~6%가 10%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 등 한국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파생상품 펀드가 높은 손실을 보이는 가운데 씨티·SC 등 외국계 은행의 손실률은 한국계 은행 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씨티은행에서 판매중인 파생상품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28.21%, SC은행은 30.30%로, 최소 40%를 넘는 한국계 은행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 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 비중은 씨티은행이 3.69%, SC은행은 8.55%를 기록해 한국계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0% 이상 대규모 손실 비율도 씨티은행(3.69%)과 SC은행(5.13%)은 한국계 은행을 포함해 최하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계 은행의 펀드 판매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의 수익률은 생각하지 않고, 은행의 ‘팔고 그만’식 영업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DLS·DLF 사태 처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축소하고, 높은 수익률을 부각해 판매한 다음 사후 관리는 ‘나몰라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2일 “고위험 파생상품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그것도 안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은행이 판매하고 있다는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앞서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은 투자은행(IB)와 상업은행(CB)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도 고위험 상품을 상업은행에서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번 DLS·DLF사태에 대한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