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등학교 시절 참여한 병리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돼 논란인 가운데 고등학생 저자의 의학논문이 애초에 성립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의료계에서는 안팎에서는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소아병리학 논문에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의료인이 인체유래 검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나선 것 자체에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직 소아과 전문의 A씨는 자신의 SNS에 "고등학생이 논문을 쓰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단 의학논문은 제외하고"라며 "이슈가 되고 있는 논문은 절대 고등학생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 논문이다. 공저자로도 이름을 넣으면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해당 논문을 보면 뇌병증에 맞는 진단기준이 있다. 환아들을 일일이 차트를 보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의료인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게돼있다"며 "만약 제1저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허위 논문이고, 제1저자가 의료인이 아니면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교수도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단국대 논문은 인체유래 검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관련 다음 검증이 필요하다"며 ▲단국대병원에 제출한 연구 계획서 ▲신생아 91명의 부모로부터 받았다는 동의서 ▲연구계획서 내 연구자 명단 ▲병원 윤리위원회 승인절차 ▲고등학생 연구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승인 여부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병리학계에서는 조씨의 논문 논란과 관련 병리학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4일 서정욱 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이 공개한 병리학회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병리학회 회원 84.1%가 이번 사태에 대한 학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회원들은 '과학이 천시되며 비상식이 난무하는 잘못된 풍조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주시기 바란다', '고등학생도 저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은 학회 위상과 노력하는 전공의 및 전임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연구윤리의 심각한 훼손에 대해서 분명하게 언급하여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대한병리학회는 우선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에게 조씨를 제1저자로 올린 경위에 대해 오는 9월 4일까지 소명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책임교수의 응답이 없을 경우 학회가 직권으로 논문 철회를 결정할 수 있다.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학회는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과 학술지의 '저자 투고 규정'에 따라 책임저자에게 소명자료를 내용증명으로 요청했다"며 "본 소명자료를 받으면 연구 및 출판 윤리 위반 유무를 검토한 후 가이드라인과 규정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도 각각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조씨가 참여한 소아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 자격이 마땅한지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22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한 뒤 단국대 윤리위원회와 대한병리학회에 사실규명을 촉구했으며, 의사협회 또한 논문의 책임저자인 장영표 교수를 연구윤리 위반 의혹으로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 징계심의위원회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 또한 의료 최고의 전문가단체로서 의사 윤리 위반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