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6일 함안 가야리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함안군 가야읍에 위치한 유적으로 가야읍을 가로질러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신음천과 광정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해발 45~54m의 독립구릉 상에 위치한 유적이다.
구릉 외곽 사면을 활용해 토성을 축조하고 내부에 고상건물 및 망루 등을 축조했다.
출토유물로 보아 유적의 시기는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부터 6세기에 해당된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1587년 함안의 모습을 자세히 기록한 함주지와 17세기의 동국여지지 등 고문헌과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에서 아라가야 왕궁지로 여겨져 온 곳이다.
이러한 기록과 더불어 유적을 중심으로 남문외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226호), 선왕고분군, 필동고분군 등의 중대형고분군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동쪽 약 1.5㎞ 지점에는 길이 39m, 폭 15.9m의 가야 최대의 건물유적인 당산유적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남쪽으로는 아라가야 최대의 고분군인 사적 제515호 함안말이산고분군이 위치해 이곳이 아라가야의 중심왕도로서 기능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유적은 5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대략의 범위가 확인됐으며 2018년 4월 경작과정에서 토성벽의 일부가 확인됨에 따라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본격적인 시굴 및 발굴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발굴조사 결과 ▲대규모 토목공사로 축조된 토성과 목책(울타리) 시설 ▲대규모의 고상건물지 등 14동의 건물지 등이 확인됐으며 ▲건물지 내에서 쇠화살촉과 작은 칼, 쇠도끼, 비늘갑옷(찰갑) 등이 출토돼 이곳이 군사적 성격을 가진 대규모 토성이었음이 확인됐다.
2019년에 이뤄진 성벽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판축토성을 축조하기 위한 구조물들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러한 구조들이 확인되는 것은 매우 드문 예로 아라가야는 물론 우리나라 고대토성의 축조수법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유사한 성격의 유적인 김해 봉황동유적(사적 제2호), 합천 성산토성(경상남도 기념물 제293호) 등과 비교할 때 그 잔존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주변 유적과 연계된 경관이 잘 보존돼 있어 고대 가야 중심지의 모습을 완연하게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연차적인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해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 왜와 활발히 교류했던 아라가야의 실체와 위상을 재조명해 가야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안군은 지난해부터 가야리유적의 사적지정을 추진해 올 3월 국가사적 지정을 신청했으며 4월 경남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 가결돼 5월 문화재청으로 지정신청서가 제출됐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가야리유적의 사적지정은 국정과제인 가야사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과 민선7기 공약사업인 아라가야 연구복원사업의 핵심과제로 취임 이후 관련기관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온 성과로 의미를 가진다"며 "가야리유적의 철저한 보존관리와 조사연구, 진정성 있는 활용으로 역사문화도시로서 함안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함안 가야리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되면 1963년 지정된 사적 제515호 함안 말이산고분군, 사적 제67호 함안 성산산성 이후 첫 탄생하는 국가 사적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함안=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