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 류현진의 제구가 흔들린다

체력 저하? 류현진의 제구가 흔들린다

기사승인 2019-08-28 07:00:00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0순위로 꼽히던 류현진(LA 다저스)은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 18일 애틀랜타전에선 5⅔이닝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고 24일 양키스전에선 홈런 3개를 허용하며 4.1이닝 7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결국 평균자책점 1점대 사수에도 실패했다.

악몽을 안긴 두 팀이 올해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강팀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류현진의 부진은 의미심장하다. 땅볼 타구가 줄었고 실투가 많아졌으며 피홈런 개수도 늘었다. 

혹자는 류현진의 투구 패턴이 간파당했다고 지적하지만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은 류현진의 최근 부진 원인을 급격한 체력 저하에서 찾고 있다.

미국 매체 ABC는 26일(한국시간) “류현진은 이번 시즌 이미 152⅔이닝을 던졌다. 2015년부터 2018년을 통틀어 소화한 213⅔이닝에 불과 61이닝 적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ABC는 류현진과 다저스가 ‘(최근 부진이) 피로 때문은 아니다’라고 반응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래도 휴식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저블루 역시 “류현진은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 약간 피로한 모습을 보였다”며 다저스가 한 차례 정도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류현진의 체력 저하를 의심하는 시각에는 일리가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규정 이닝을 소화한 시즌이 한 시즌에 불과하다. 2014년 이후로는 어깨,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했다. 6년 만에 풀타임에 가까운 시즌을 소화하는 것인 만큼 체력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력 저하가 투구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데, 이 중 하나가 제구 난조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지는 문제는 두 번째다. 다양한 변화구 구사와 완급 조절,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피칭을 무기로 삼는 류현진에게는 제구 난조가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

기록을 살펴보면 실제로 류현진의 제구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류현진의 우타자 상대 투구 내용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이다. 왼쪽은 완봉승을 거둔 지난 5월 애틀랜타전, 오른쪽은 4실점으로 부진했던 최근 애틀랜타전에서의 스트라이크존이다. 이를 보면 최근 애틀랜타전에선 유독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공이 많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로 몰린 공이 확연히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양키스전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을 보면 터무니없이 빠진 공이 매우 많다. 5회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한 공은 스트라이크존 정 가운데로 몰린 명백한 실투였다.

메이저리그 기록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은 지난 12일까지 스크라이크존 ‘섀도우(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50%인 코스)’에 투구한 비율이 44.7%에 달했다. 이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투구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들이 쉬이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두 경기에서는 섀도우에 투구한 비율이 38.2%로 감소했다. 대신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하트’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웨이스트’로 들어간 공의 비율은 각각 23.3%에서 27.2%로, 6.8%에서 9.4%로 높아졌다. 

양키스전 직후엔 류현진의 체력 문제를 완강히 부인했던 다저스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등판일정을 조정해 류현진에게 6일의 휴식기를 부여했다. 아울러 “류현진이 9월에 한 차례 선발 등판을 거르거나 짧은 이닝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저스 역시 류현진의 체력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체이스필드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전이다. 류현진은 그간 체이스필드에서 통산 8차례 선발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4.07로 다소 좋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5일 원정 경기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친 바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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