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규탄하며 두 번째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자 “더 큰 사회적 모순은 외면한 채 ‘선택적 정의’를 외치고 있다”며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터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작성자는 “우리가 조 후보자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냐”라며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닌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 정의감’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 했으며 모른 체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김모(당시 19세)씨와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용균(당시 24세)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시했던 언론들이 지금 촛불집회를 두고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 ‘청년들의 분노’라며 연일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드는 촛불이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냐”며 “우리에게 학벌 타이틀을 쥐여 준 현 사회 제도를 보다 철저히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촛불이냐”고 지적했다.
다만 대자보 작성자는 조 후보자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조 후보자를 비호할 생각은 없고 나 또한 그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에 철저히 반성을 촉구한다”면서도 “지금 우리가 그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촛불집회를 열기 이전에 과연 얼마나 당당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 딸의 용이했던 스펙 쌓기와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손쉽게 참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지금 촛불을 밝히고자 하는 정의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반드시 되물어야 할 것”이라며 “조국이라는 감히 용납할 수 없는 거악을 몰아냈다는 찬사를 얻고 나면 우리 시대 청년들은 정말 안녕들 한 것이냐”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