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 기업의 공익투자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SRI)를 강조한 ESG채권 발행이 5조원에 육박하는 등 ESG채권시장 형성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영향이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을 고려해 공공이익을 위한 투자에 활용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주로 사회적 가치 증대와 취약계층 지원, 고용 창출, 친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개발 지원 등에 조달자금이 투자된다.
30일 개별 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산업·기업·수은 등 국내 주요 8개 은행의 ESG채권 발행규모는 ‘54억7000만달러 + 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29일 환율)로 환산할 경우 8조7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책은행 3곳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8개 은행 전체 발행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산업은행(8억7000만달러+1조원)과 수출입은행(14억달러+3500억원)이 각각 2조500억원, 기업은행(5억달러+3000억원)은 9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주요 은행 가운데 국책은행의 ESG채권 비율은 57%에 달한다.
국책은행의 시장형성 노력은 올해 들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민간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투자에 동조하며, ESG채권 발행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민간 금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들어 9억5000만달러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으며, 전체 발행규모도 12억5000만달러로 민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자랑한다.
뒤이어 하나은행(6억달러), 우리은행(4억5000만달러+2000억원), 신한은행(4억달러+2000억원) 등도 올해 들어 ESG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ESG채권을 발행에 동참한 바 없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별도의 ESG채권발행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농가지원 및 농업인 실익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ESG채권 시장의 활성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 안착으로 결론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SG채권 시장 형성을 위해 앞장섰던 국책은행 역시 사회적 책임투자를 준수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전날 국내 법원에 인도네시아 현지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주선을 중단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지에 가족을 두고 있는 바유딘(28)씨는 “발전소 인근의 어획량이 현저히 줄었고, 온갖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는 대기 줄이 끊이질 않는다”며 “추가 건설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과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투자인 셈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자금주선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책임투자를 늘려나가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까지 ESG채권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전체 조달자금의 일부에 불과해 모든 투자가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로 실행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