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라서?…조국 딸 외모 평가에 성적까지 만천하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라서?…조국 딸 외모 평가에 성적까지 만천하에

기사승인 2019-09-05 06:05:00

‘자질 검증’ 명목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공인이 아닌 사인에 대한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는 4일 자신의 고교 생활기록부 유출 경위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씨 학생부를 누가 조회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접속, 조회 이력 등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개최한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씨의 한영외고 재학 당시 성적을 제보 받았다고 밝히며 “(조씨) 작문 평가는 하위등급으로 대부분이 6~8등급 이하였다”고 폭로했다.

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조씨 성적을 세세히 나열했다. 주 의원은 “조씨 한영외고 시절 영어 작문 6등급 이하, 영어 문법 7등급 이하, 영어 독해는 7등급 이하를 받았다”면서 “영어 회화 4등급을 두 번 받은 것이 가장 좋은 영어 성적”이라고도 언급했다.

생활기록부 내용이나 성적 등 개인정보 자료는 학생이나 학부모 동의가 없는 경우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되어있다. 자료 입수 경로도 위법할 뿐 아니라 이를 공개한 주 의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의원이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개인의 생활 기록부 성적표를 공개했다”면서 “본인도 면책 특권 뒤에 숨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한국당 기자 간담회 석상에서가 아니라 예결위 회의에서 그걸 공개한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리 검증이 중요하고 조 후보자 논란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역시 “생활기록부를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조 후보자 선친 묘소 비석 사진을 공개하며 조 후보자, 동생, 부인, 자녀들의 이름을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김 의원이 조 후보자 선친 묘소까지 찾아가 비석에 새겨진 손자 이름까지 모두 공개했다”며 “이는 금도에 벗어난 비상식의 극치로 후보자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조씨는 이미 온라인상에 실명과 생년월일, 얼굴이 강제로 공개된 상태다. 주 의원이 공개한 고등학교 성적뿐 아니라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성적까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조씨 사진이 올라왔다. 일베 회원들은 조씨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딸의 외모를 비교하고 평가했다. 댓글에는 성희롱이 난무했다. 

조 후보자 가족은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딸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오후 10시에 남성 기자 2명이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했다”며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를 비난해 달라”며 “그러나 딸 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지 말아 달라. 저의 아이가 벌벌 떨고 있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는 지난달 29일 “후보자의 자식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조씨는 그동안 자기 인생이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과 노력이 폄훼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개인정보가 정쟁의 ‘도구’로 쓰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혼외 자녀 의혹 보도 과정에서 당시 11살에 불과했던 아동의 생활기록부 내용 등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아동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김성순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한국 사회 특성상 공직자 인사검증에서 군대나 자녀 교육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자녀의 생활기록부 내용 등은) 인권침해적 소지가 다분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완전히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민감한 사생활 문제일수록 한국당이 청문회 자리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아 자료를 요청하고 의혹 제기를 했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