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진상조사단 “北 식당종업원 납치” 결론…북한 다시 송환 거론할까

국제진상조사단 “北 식당종업원 납치” 결론…북한 다시 송환 거론할까

기사승인 2019-09-06 06:05:00

외국 법률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납치 및 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북한이 다시 종업원 송환을 요구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이 구성한 국제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4일 방북 조사 결과 중간보고서를 배포해 “종업원 12명은 지배인이었던 허강일씨의 속임수에 넘어가 본인들이 가족과 조국과 분리돼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표부로 납치됐다”면서 “해당종업원들은 한국으로 이송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한국으로 입국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반인륜적일뿐 아니라 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평양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탈북 종업원 12명의 가족과 당시 탈북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아간 7명의 종업원을 면담했다. 이들은 조장이 허씨와 한국 국정원 직원 간 대화를 엿들은 덕분에 도주할 수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에 따르면 다른 12명의 종업원은 한국으로 이송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공항으로 떠날 미니버스에 탑승했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과 지배인 허씨는 지난 2016년 4월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탈북했다. 허씨는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탈북을 결심하자 국정원이 종업원들도 데리고 오라고 협박했다며 보상을 바라고 탈북을 주도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제 법률가들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사건 조사를 이미 마쳤음에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인권위가 국제사회 비판, 남북관계 등의 이유로 공개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수사기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평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해 5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은 국가정보원 등 기획에 의한 것’이라며 이병호 당시 국가정보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국정원 해외정보팀장 정모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민변은 지난 7월 검찰 수사가 일년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북측은 지난해 허씨 인터뷰 보도 뒤 의사에 반한 한국 정부 ‘기획탈북’이라며 종업원의 송환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북한은 탈북종업원 송환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감출 수 없는 강제유인 납치 범죄의 진상’이라는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강제억류하고 있는 우리 여성 공민들을 공화국 품으로 즉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탈북 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백태현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탈북 여종업원 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밝히자 다음날 이를 정면 반박했다. 백 대변인은 “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추가로 언급할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어떻게 보면 탈북 종업원 문제에 대해서 남북이 암묵적으로 묻어두기로 한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게 현재 정세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지금의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면서 종업원 송환 제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탈북 종업원 문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심을 표명한 사안이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식화되면 북한이 수위는 조절하겠지만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북쪽에 억류된 한국인 6명 송환 문제도 얽혀있는 만큼 북한도 문제를 제기하되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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