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된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정쟁의 전선은 사방으로 불똥을 튀며 국정조사 개최여부를 둘러싼 정면대립으로까지 번졌다.
국정조사와 관련 극한대립의 신호탄은 18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손잡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쏴 올려졌다. 이들은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스스로가 청문회 등을 통해 밝혔던 해명들의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제기했던 의심과 예측이 대부분 팩트(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던 여당 인사들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쥐 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다”며 “양심과 양식이 있는 여당이면 감싸기보다는 국조 요구에 합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국정조사에 이어 조 장관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방침을 밝히며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여권의 ‘조국 사수’가 정국을 경색시키고 민생을 방치하도록 만들었다며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19일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활용한 ‘반조(反曺·반조국) 투쟁’ 방침도 세웠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민심은 조국에게 이미 공직 사형선고를 내렸다”면서 장외투쟁을 이어갔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조 장관의 해명이 거짓투성이였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은 불가피하다. 진상 규명을 끝까지 회피한다면 정국 파행의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한국당과 함께 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여당은 ‘절대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는 매우 엉뚱하다. 자기들이 고발해서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왜 다시 야당이 나서서 직접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라며 “정쟁을 위한 국정조사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법률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수사 중인 사건에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 규정하고 있다. 취임 전 장관의 가족사는 국정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재탕, 삼탕을 넘어 국회를 몽땅 정쟁으로 뒤덮으려는 시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뻔뻔하고 무책임한 작태다. 조 장관 낙마에 대한 집착의 100분의 1만이라도 민생에 쏟기를 바란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이해식 대변인과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삭발투쟁을 ‘공천 삭발’이라거나 ‘총선행 급행열차표’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쟁의 불똥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국적문제로까지 번졌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1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부산지법 판사로 근무했을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원정출산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아들은 한국국적 맞고, 원정출산 아니다’라고만 해명하며, ‘대응할 가치 못 느낀다. 법적 조치하겠다’란 협박성 발언도 했다”며 “현재의 상황을 넘겨보려는 견강부회일 뿐”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 ‘내 아들은 미국국적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해보라. ‘이중 국적이 아니다’라고 외쳐보라. (이와) 함께 출생증명서도 제출한다면 순식간에 의혹은 사라지고 흔들리는 리더십은 견고해질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거주 국민들에 의해 파헤쳐지기 전, 스스로 밝히는 모습을 추천하겠다. 빠른 결단으로 논란을 잠재우길 바란다”고 조언도 곁들였다.
이에 한국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은 “여권 극성 지지자들의 상호지령으로 만들어진 미국 ‘라치몬트 산후조리원’, ‘KASY(케이시)’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또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시작했다”며 “‘21세기판 북한 대집단체조’와 다름없는 검색어 조작을 믿고 공적 의사결정을 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조국이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항상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런 비판도 못 하는 민주당이 결국은 ‘거짓 중독’에 걸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최소한의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 물타기를 그만하고 공정과 정의를 구하기 위해 나서라”고 비난의 말도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