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백마 탄 왕자의 실사판 같은 준수한 외모에 근육질 몸매, 달콤한 목소리로 로맨틱하게 사랑을 고백해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 같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린 6초짜리 영상 덕분에 데뷔해 일찌감치 미국의 새로운 ‘초통령’으로 자리 잡은, 캐나다 출신 가수 션 멘데스(Shawn Mendes)의 얘기다. 그가 만 21세가 되기 전 발표한 세 장의 정규음반은 모두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고 타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에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25일 서울 올릭픽로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션 멘데스의 단독 콘서트는 하이틴 스타로서 그의 미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달달하다 못해 간드러진 목소리, 높은 흡수력의 멜로디와 흥겨운 분위기, 뛰어난 무대매너, 적극적인 팬 서비스…. ‘데어스 낫싱 홀딩 미 백’(There's Nothing Holdin' Me Back), ‘스티치스’(Stiches), ‘라이프 오브 더 파티’(Life Of the Party), ‘트릿 유 배러’(Treat You Better) 등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공연장은 들썩였다. 1층 관객들은 2시간 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연을 즐겼다.
가장 눈부셨던 건 젊음 그 자체였다. 젊음의 호기로움과 맹렬함, 자유로움, 따뜻함, 혼란, 극복 의지 같은 것들이 노래를 타고 관객들에게 전염됐다. 션 멘데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던 ‘네버 비 얼론’(Never Be Alone)은 넉넉한 멜로디로 관객들을 어루만졌고, 정규 3집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인 ‘폴린 올 인 유’(Fallin’ All In You)는 사랑의 설렘을 넘어 환희를 보여줬다. 션 멘데스는 명랑하면서도 뜨거웠다. 관객들에게 “공연을 훌륭하게 만드는 게 뭘까 생각해봤더니 바로 여러분이었다”면서 “그러니 소리쳐 달라”고 요청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마지막곡 ‘인 마이 블러드’(In My Blood)가 연주될 때였다.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다”(It’s like the walls are caving in)며 도움을 호소하면서도,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Sometimes I feel like giving up But I just can’t)고 다짐하는 내용의 노래다. 그가 왜 포기할 수 없는고 하니, 포기는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직역하자면 “내 피엔 없는 것”(It isn’t in my blood)이기 때문이란다. 청춘의 강인함은 이렇게나 근사했다.
“내가 청춘을 말하는 건, 여러분이 얼마나 나이 먹었는지를 묘사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션 멘데스는 칼리드와 작업한 ‘유스’(Youth)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춘은 사랑과 자유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그리고 이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힘을 갖고 있다고 그는 얘기했다. 1만여명의 관객들이 “넌 내 청춘을 빼앗아 갈 수 없다”(You can’t take my youth away)는 구절에 목소리를 맞췄다. 션 멘데스가 보여준 하이틴 스타의 마지막 미덕이 여기에 있었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과 용기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기. 덕분에 수많은 청춘이 이날 만개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