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유발 위장약을 내가 먹고 있었다고?"

"발암 유발 위장약을 내가 먹고 있었다고?"

기사승인 2019-09-27 12:10:34

27일 전북 전주시 한 종합병원 순환기내과.

평일에도 수많은 환자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전북에서 손꼽히는 병원이다. 

간호사실 앞에는 약을 바꾸려는 환자들이 줄지어 서있다. 

예전 같으면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지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암유발 위장약을 교환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다. 

이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처방전을 받으면서 근심이 한 가득이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수십년동안 약을 섭취한 환자들의 경우 불안감을 지울수 없다. 

특히 얼마 전 혈압약에 이어 또 다시 위장약까지 암 유발을 한다니, 느닷없는 날벼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병원들과 의사들이야 처방전을 내주기만 하면 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니 답답할 따름이다. 

20년째 혈압약과 위장약을 먹고 있다는 60대 환자 A 씨는 “논란이 되고 있는 약을 친구들에게 권유하기도 했다”며 “이제 와서 문제가 있는 약이라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동네 병원도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26일 언론 보도된 이후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처방전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분위기 역시 뒤숭숭하고 어수선한 건 대형병원이나 골목 병원과 도긴개긴이다. 

전주시 덕진동 한 내과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 씨는 “환자들이 불안해 한다.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는 하지만 괜히 찝찝하고 뒤숭숭한 것은 어쩔수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약국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있다. 

전주시 중앙동 한 약국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약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대표적인 위장약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논란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더 신중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받아들이는 현장 분위기다. 

약을 먹는 이유가 건강을 위해서인데 반대로 암 유발 우려 등 건강이 우려된다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말 그대로 약이 아니라 독약을 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암으로 사망한 환자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위장약을 섭취했기 때문이 아닌가 염려할 정도다. 

이날 대형병원에서 만난 C 씨는 “가족 중 아버지는 폐암으로,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돌아가셨다.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혈압약과 위장약, 간장약을 드신 걸로 알고 있다. 해당 약 여부는 알길이 없지만 혹시 이 약을 먹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자식된 도리로 괜히 죄송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환자들의 경우 분명 뭔가 잘못 됐는데 뾰족한 수가 없기에 화가 난다. 잘못된 약을 처방했거나 팔았다고 병원이나 제약사를 상대로 실력행사하기도 어렵다. 그저 병원에서 대체해주는 약을 먹을 수밖에 없다.

특히 노약자들의 경우 병원이나 보호자들이 챙겨주지 않으면 본인이 먹는 약이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개월 처방을 받아놓은 약을 그대로 먹을 수밖에 없다. 

C 씨는 “이전만큼 먹고 살기 힘든 세상도 아니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다들 난리인데…”라면서 “아픈사람이 죄인 아니냐. 무엇보다도 노인들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씁쓸해 했다. 

전주=신광영 기자 shingy1400@naver.com

신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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